
신규 운용사들의 진출이 가시화되고, 상품출시도 활발하다.
보험계 투자자문사에서 지난해 12월 자산운용사로 변신한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이 앞으로 5년내에 10조원대 수탁고를 목표로 업계 중위권 진입을 선언했다.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박종규 대표〈사진〉는 9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만남을 갖고 “높은 직업윤리를 바탕으로 상품개발 능력을 강화하고, 브랜드 파워 제고를 통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인베스트먼트는 박종규 대표이사를 비롯, 현대해상 출신인 송재설 경영관리본부장과 한화증권 출신의 한영수 마케팅본부장이 각각 포진했다. 기은SG출신의 유재천 자산운용본부장이 주식운용과 채권운용을 총괄한다.
◆ 보험계 운용사 장점 살린다 = 자산운용업계 51번째로 입성한 현대인베스트먼트는 앞으로 전문화와 상품개발에 집중해 아직 일반화되지 않은 패시브(passive) 영역에서의 강점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현대인베스트먼트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기자본 133억원 규모로 23명의 임직원과 약 3조원의 자산을 일임운용하고 있다.
박종규 대표는 “시장 후발 진입자로서 상품개발 능력 제고에 집중할 것”이라며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어 “현대인베스트먼트는 미래에셋운용과 한국밸류운용의 중간 정도의 위치에서 발전전략을 펼쳐 나가겠다”며 “오는 2012년에는 일임자산을 제외하고 10조원대의 운용수탁고를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인베스트먼트는 이달중 국내·외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주식형펀드의 경우 시가총액 상위 30위 기업과 5년 이내 시가총액 30위에 편입될 수 있는 우량 종목들에 집중투자하는 ‘현대프레스티지장기주식펀드(가칭)’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후에도 현대인베스트먼트의 브랜드 파워과 레코드를 만들어갈 수 있는 대표 국내 주식형 상품을 육성할 계획이다.
또 이달중 ‘글로벌 인플레이션 연동 채권펀드’를 마련, 채권의 원금 및 이자가 인플레이션에 따라 변동하는 인플레이션연동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 펀드는 주로 글로벌 선진시장에서 발행된 인플레이션 국채에 투자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채권펀드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현대인베스트먼트는 HSBC 등과 신규 펀드 출시를 위해 다각적인 접촉을 하고 있다.
이어 내달에는 올해 새롭게 주목받을 이머징마켓과 섹터에 투자하는 해외주식형펀드 상품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우선 내실있고,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일단 증권사를 중심으로 판매망을 만들어나가고 향후 은행 등으로의 확대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또 “현재 생·손보로 구분된 보험모집인 자격제도가 양 분야 상품은 물론 펀드까지 판매할 수 있는 ‘금융판매 통합자격제도’로 시행된다면 보험계 운용사로서의 장점도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유수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 중에는 보험그룹이 40%이상 차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 1983년부터 한국투자신탁 조사부와 주식운용 담당을 경험했으며, 1999년 LG투신운용 주식운용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메리츠투자자문 대표 등을 거쳤다.
◆ 신규 운용사 더 나올 듯 = 한편 증권·보험업계는 자산운용업 진출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증권과 메리츠화재가 계열 운용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델타투자자문 등이 자산운용사로의 탈바꿈할 계획이 알려지면서 자산운용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증권도 이미 현대자산운용이라는 홈페이지 도메인 네임을 갖고, 계열 운용사 설립을 위한 사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메리츠화재는 자산운용사 설립 인가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운용사를 보유하지 않은 금융회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자산관리 영업 강화 전략을 위해서는 자체 운용사를 통한 독자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독당국은 특화자산운용사만을 인가해 경쟁 과열을 막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중소형 운용사들을 인수하는 방안도 예상된다. 실제 현대증권은 지난해 자산운용사 인수를 고려한 바 있으나 인수금액 등이 맞지 않아 신규 설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당국의 인가를 받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문사에서 운용사로 전환한 이번 현대인베스트먼트의 경우도 그 첫 사례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