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 대책 미흡시 보험사 위축 불가피

방카슈랑스 4단계 허용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보험개발원이 호주의 방카슈랑스 도입 사례를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최근 발간한 ‘방카슈랑스 등 규제완화가 호주 보험시장에 미친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의 경우 1985년 방카슈랑스 도입 등 금융겸업화를 진행한 결과 전통보험회사는 쇠퇴한 반면 은행계 보험회사 및 외국보험회사가 시장을 주도하는 구조개편이 이뤄졌다. 또한 보험시장을 주도해온 전속설계사(Tied Agent)는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이전의 1/3 수준으로 감소했다.

보험개발원 안철경 연구위원은 “호주의 사례를 비춰볼 때 국내 보험시장도 방카슈랑스로 인해 은행과 외국보험사가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대비해 국내 보험사들은 특화된 상품개발과판매노하우 강화로 은행권보다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속채널의 고능률화 및 대체 채널 확보에 역점을 두고 이익기반의 포트폴리오 구성 및 글로벌화 전략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방카 선진국 호주, 은행·외국계 보험사가 주도

지난 1973년부터 금융겸업화를 진행해온 호주 보험시장이 은행 및 외국계 보험사 주도 시장으로 개편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내 보험시장에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약 15~20년 전 국내 보험시장과 매우 유사한 측면을 보였던 호주 보험시장은 1985년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급속한 금융겸업화 진행으로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이 과정에서 상호회사 형태의 전통적인 생명보험사들은 자본화의 필요성을 인식, 주식회사로 전환해 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했고 이후 대형화를 위한 M&A 활성화 및 지주회사 체제로 변모하며 경쟁력을 갖춰 나갔다.
그러나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은행이 보험시장의 주도자로 대두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실제로 은행과 보험의 상호진출이 자회사를 통해 허용됐지만 보험사의 은행진출보다는 은행의 보험진출이 급속히 이뤄졌고, 그 결과 2000년대에는 전체 생명보험사 중 은행자회사의 자산구성비가 44%에 이르렀다.

또한 은행 중심의 방카슈랑스 허용, 수수료 공개 등의 규제완화조치로 호주 최대 보험사였던 AMP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통 보험사가 쇠퇴양상을 보였고, 2005년 현재 상위 5개 보험사 중 4개 보험사가 방카슈랑스 시행 이후 설립됐거나 은행 및 외국사가 M&A를 통해 인수한 보험사로 구성됐다.

판매채널과 상품도 급격히 변화해 80년대 중반까지 보험시장을 주도한 전속설계사들의 수는 이전의 1/3수준으로 감소했으며, 기존의 종신보험, 양로보험의 판매비중(신규보험료 기준)이 급락하는 대신 연금 및 투자상품 시장이 확대됐다.
안철경 연구위원은 “생명보험의 기존 저축성 상품이 점점 줄어들면서 2005년 기준으로 기업연금은 전체 생명보험 자산의 89%(보험료 기준 87%)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호주 닮은꼴 국내 보험시장 대책마련 시급

호주의 사례를 비춰볼 때 국내 보험시장에서도 금융겸업화가 지속적으로 추진될 경우 은행 중심의 금융그룹 및 글로벌 보험사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안철경 연구위원은 “방카슈랑스에 대한 대응 실패 및 상품 경쟁력 상실로 인해 전통적 보험회사의 시장영향력이 크게 위축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국내 보험시장의 주도권이 은행계 및 외국계 보험사로 넘어갈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선 은행의 금융그룹화에 대응해 금융그룹화 또는 지주회사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략수립시에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호주의 AMP사, National Mutual사(2위 생보사, 95년 악사에 매각)처럼 경영위기에 봉착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한편 다양하고 특화된 전통 생명보험상품 개발과 판매노하우를 강화해 은행권과의 상품 및 판매전략에서의 차별화된 경쟁우위 차지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전속채널의 고능률화 및 대체 채널 확보에 역점을 둔 이익기반의 포트폴리오 구성 및 글로벌화 전략도 시급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보험 시장 구조변화(자산 MS변화)>
                                                (자료 : ISC, 1990; APRA, 2000)

                        <호주 상위 5개사의 연도별 순위>
                                                주 : 1. National Mutual 은 1999년에 AXA로 명칭 변경
2. 1998년 Colonial 은 Prudential을 인수
(자료 : Insurance Pocket Book 각 년도)

    <방카슈랑스 도입 후 채널별 생명보험시장 점유율(2004)>
                                                (자료 : LIAS, NMG Risk Distribution Monitor, 2005)



안영훈 기자 anpres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