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투자은행(IB)부문을 산업은행에서 떼어내 대우증권에 이관시켜 키우겠다는 방침은 경쟁은행들 입장에서는 정부를 등에 업은 상대와 경쟁하는 불리한 위치라 불만을 살 만하다.
정부는 6일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산업은행 자회사인 대우증권을 매각하는 대신 산은의 투자은행(IB) 업무를 대우증권에 넘겨 선도적인 IB 회사로 육성키로 하는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을 발표했다. 또 현재 기업은행이 맡고 있는 중소기업 정책금융기능을 산업은행으로 이관하고, 수출입은행의 대외정책금융 지원 역할도 강화키로 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현재 산은이 보유한 △우량 회사채 인수·주선 △인수·합병(M&A) 사모투자펀드(PEF) △주식파생상품업무 등 IB 업무가 대우증권으로 단계적으로 이관된다.
IB와 관련된 산은의 경험과 능력을 자회사인 대우증권에 이관해 IB를 집중육성하겠다는 의지이면서, 시장과 마찰을 빚는 부문을 대우증권에 넘겨 증권사 자체적으로 역량을 강화해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에도 국내 선도금융투자회사의 등장에 활용하겠다는 배경이 깔려있다.
그러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IB의 핵심인 것을 감안할 때, 업무만 증권사에 이전한다고 해서 실제 기대효과가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업무는 이전했는데 실제로 이를 진행할 노하우가 사람이 없으면 기대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때문에 산은 일각에서 “그동안 키워놓은 것을 억지로 떼내는 게 맞느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의 민영화는 ‘중소기업 전문은행’으로 중장기 청사진을 갖고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당분간 혁신형 중소기업이나 지방기업 지원 등을 위한 정책금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중소기업 정책금융기능은 민영화 진전 상황을 보아 가면서 산은으로 이관된다.
정부는 또 정부출자 확대와 대외경제개발협력기금(EDCF) 확충을 통해 수출입은행에 대한 재정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대규모 해외개발프로젝트 등 고위험분야 지원과 EDCF의 전략적 활용을 통해 수은의 역할을 강화키로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민영화 로드맵에 적극 동참해 중소기업전문은행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