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의 민영화를 향한 지분매각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마치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는 듯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사실 최근 지분매각방식과 고위관계자의 국민연금 인수추진발언 등을 종합해 볼 때, 올 초 예보가 금융연구원에 의뢰해 만든 ‘공적자금지원금융기관에 대한 MOU관리 탄력성제고방안’에서 언급한 것과 대단히 유사한 점이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전략적투자자로 끌어들이고 여기에 다른 금융자본을 재무적투자자로 해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리금융을 매각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그 첫단계로 소수지분을 일반공모나 블록세일 혹은 자사주매입 중 하나를 선택해 매각하도록 하고 있다.
다음으로 경영권과 관련된 지분매각은 가격이 수조원대에 달하는 만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략적투자가가 인수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바로 이때 연기금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도록 한다고 했다. 이 보고서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철저히 비밀리에 관리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이 보고서에서 명시한대로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먼저 예보는 갖고 있는 우리금융지분 78%중 소수지분 28% 가운데 5%(4030만주)를 지난 21일 주식시장개장전에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주당 2만2750원에 매각해 공적자금 9168억원을 회수했다.
이로써 예보의 우리금융 보유지분은 73%로 줄어들었고, 일반투자자 보유 지분은 22%에서 27%로 높아졌다.
예보는 앞으로도 우리금융 지분을 5~6%씩 추가로 블록세일 등을 통해 경영권과 무관한 소수지분 28%를 순차적으로 처분할 방침도 밝혔다. 같은 날 변재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의 우리금융 지분 인수 가능성을 공식 시사했다. 보고서에서 언급한대로 연기금이 경영권관련 지분인수자로 수면위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변 장관은 “법률적 검토가 끝나 제도적으로 가능한 것으로 판명되면 국민연금기금이 우리금융지주인수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역할에 대해서 그는 또 “재무적투자자(FI)나 전략적 투자자(SI) 모두 가능성이 있다”고 답해 향후 우리금융의 전략적 투자자로 나서 경영권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변 장관은 “우리금융의 최대주주인 예보가 어느 정도의 지분을 내놓느냐에 따라 국민연금 인수 규모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지분 가운데 소수지분(21일 현재 23%)을 내년 3월까지 우선적으로 매각하되 경영권과 관련된 ‘50%+1주’를 반드시 한 묶음으로 팔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지난 3월 결정한 바 있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