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개발원조(ODA)는 무상원조와 유상원조로 나뉜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1987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설치된 다음 우리나라가 제공한 유상원조는 모두 구속성이었다.
구속성차관이란 돈을 주는 나라가 제시하는 상품이나 용역을 구매한다는 단서조항을 단 것이다. 이 때문에 주로 자국 기업들의 수출을 늘리는 데 쓰인다. 물론 100%만 고집하지 않고 수혜국 기업 등에 쿼터를 떼어주기도 하지만 중심은 원조공여국 이익에 있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들은 장기간에 걸쳐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자국 실익과 직결된 지역이나 산업에 비구속성 사업을 배치한다. 또한 비구속성조건으로 해서 수혜국 기업을 활용하거나 수혜국이 원하는 외국계 업체와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기술협력 등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한 기법을 활용해 비구속성차관의 실질적 구속화를 유지한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15일 수출입은행이 맡긴 ‘비구속성 차관 로드맵 워크샵’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송경순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발표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비구속성차관의 단계적 도입으로 우리나라도 선진 원조공여국 반열에 들고 국가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장기저리 자금이라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기업의 상품 또는 용역을 팔아 회수하는 성격이어서 수혜국들의 거부감이 높았는데 이제 비구속성을 늘리는 것이 한 층 성숙한 원조국의 면모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날 워크샵 참가자들은 전략적·단계적으로 도입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신에 수혜국 기업과의 파트너십구축으로 장기협력을 추진하고 사업타당성분석을 포함한 컨설팅산업을 육성해 관련 서비스를 묶어서 제공하자는 것이다. 비구속성차관 실효성과 우리측 성과를 동시에 극대화해야 한다는 공감대에 따른 결과다.
이에 수출입은행은 비구속성 로드맵 용역보고서를 확정해 제도 도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