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금융공학회(KOFES)는 3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함께 자통법 제정에 따른 자본시장 발전방향, 한국 자본시장의 빅뱅인가’를 주제로 제1차 국회 금융정책포럼을 열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인사들은 저마다 다양한 견해를 내놨다. 특히 참석자들은 겸업화·대형화로 규모의 투자은행(IB)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진 금융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확충을 통한 덩치키우기 뿐만 아니라 유능한 전문인력에 대한 육성도 중요 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자통법이 자본시장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겠지만 법과 제도만으로 증권업계의 ‘빅뱅’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날 국회 박병석 정무위원장은 “세계 금융선진국은 이미 세계적인 겸업화와 대형화 추세에 맞춰 관련 규제를 정비해 자국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 금융산업의 생존을 위해 국제화·대형화·겸업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각 분야 전문능력 육성 중요 = 현재 펀드매니저 육성에 지나치게 집중된 인력개발에 대해 전문성과 언어소통 능력을 가진 펀드매니저에만 집중돼 전반적인 선진 금융업무 능력을 키우는 데 다양한 스펙트럼을 반영치 못하고 있다는 것.
물론 자통법 시행에 맞춰 리스크 부담이 큰 자기자본투자(PI) 등의 선진금융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든든한 실탄을 보유한 덩치키우기가 중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으나 이외에도 준비해야 할 사항들은 많다는 지적이다. 전반적인 금융업계의 질적 도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세진 한국채권평가 사장은 “외국 투자은행은 자기자본투자의 대부분을 기업공개 준비(Pre-IPO)에 집중한다”면서 “사업영역의 특성상 복잡한 이해관계가 대립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백경호 우리CS자산운용 사장도 “증권사의 투자은행화는 단순히 법적인 뒷받침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가연계증권 등 파생투자상품에 사용되는 매매기법 능력 등도 시급히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고객정보의 집중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사장은 “맥쿼리은행은 국내 대형은행의 4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는 덩치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면서 “덩치키우기만이 투자은행의 성공요인이 아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자통법이 자본시장 성장의 중요한 도약대가 될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자통법만으로 자본시장의 도약이 그냥 이뤄지는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에서 계량분석 애널리스트를 지낸 바 있는 황현철 경원대 수학정보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자통법의 발의로 가장 기대되는 변화중 하나는 장외파생상품 시장의 활성화로 보인다”며 “하지만 파생상품의 기초 자산을 이루는 시장이 성숙하지 않고서는 결코 장외파생상품 시장이 성공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자통법의 시행만이 아니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금융권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제조업체가 이익의 상당액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것처럼 금융 역시 이를 위한 투자가 지속되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쿠퍼 푸르덴셜투자은행 아시아지역 사장은 “자통법 발의로 다양한 상품의 시장 출시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하지만 자통법 시행이 상품 출시 과정의 투명성 보장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윔블던 효과’ 없을 것 = 국내 금융기관이 자통법 발의 후 해외 유수의 글로벌금융사에 시장을 내 줄 수 있다는 ‘윔블던 효과’ 우려에 대해 최상목닫기

이미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후 자본시장을 개방했기 때문에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윔블던 효과’란 세계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전영오픈테니스 대회에서 외국 선수들에게 문호를 개방하자 해마다 외국 선수들이 우승하면서 영국선수들은 들러리로 전락한 사례에 비춰 부르는 말이다.
황현철 교수는 “‘윔블던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위험관리, 상품설계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인력양성과·인프라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마이클 헬백 도이치뱅크 최고운영책임자도 한국금융시장은 빠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윔블던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헬백 최고운영책임자는 “자통법은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다”며 “규제의 틀이 바뀌고 치열한 경쟁으로 경쟁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국제화, 대형화, 겸업화를 지향해야 한다며 은행과 증권사간 ‘밥그릇 싸움’ 보다는 경쟁력 강화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