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진출 기업교민 탈피…현지화 시작
금융한류가 신천지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중국 등 일부 국가 위주로 진출했던 국내 은행들이 이제는 러시아 남미 등 전세계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 게다가 현지 진출 기업이나 교민들을 대상으로 했던 것에서 탈피 현지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모색하는 등 현지화에 적극 나서는 점도 주목된다.
외환은행 리처드 웨커 행장은 지난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앞으로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 칠레 산티아고 등에 지점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처드 행장은 올 초 “2007년도를 외환은행의 국제적 역량확대의 해로 만들겠다”고 말하며 해외영업 확대 의지를 내비친 뒤 처음으로 밝힌 국가가 중국 등 그동안 쏠림 현상이 심하다고 지적받은 국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인력의 현지화를 통해 국내기업만이 대상이 아니라 철저히 현지지역고객을 대상으로 현지화시키기로 했다. 또 지역에 맞는 특화상품을 개발해 고객기반 확대를 통해 수익자산의 증대도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외환은행은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확대할 계획도 밝혔다.
동남아시아 신흥국가들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금융기관의 해외시장 개척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우리은행도 금감위의 승인이 떨어지는 대로 모스크바에 법인을 개설할 계획이다.
LG전자의 대규모 공장이 인근에 위치해 있고 롯데그룹이 현지에서 대규모 호텔개발을 하는등 국내기업의 진출이 활발하기 때문에 현지 법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현지 감독기관 관계자들과 논의를 끝내고 금감위의 승인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우리은행은 또 이슬람 금융시장 진출전략을 모색하고 해당 지역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최근 ‘이슬람금융연구회’도 발족했다.
이슬람금융연구회는 바레인 지점 근무 직원을 비롯해 국제팀 IB사업단 등 62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연구회는 해당 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위해 △중동·아프리카 사회 문화 △이슬람 금융 △중동 금융시장 등 3개 분야로 나눠 운영된다.
이슬람 금융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운영되는 독특한 형태로 최근 오일 머니 유입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에 연 6%에 육박하는 이슬람권의 빠른 성장과 9·11 테러 이후 되돌아오는 자금 등에 힘입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북아프리카 중동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 폭넓게 사는 이슬람 인구 15억6000만명이 만들어내는 `이슬람 신(新)경제권`을 이끌어가는 것도 이들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해외점포 진출이 일부 지역에 한정됐지만 최근에는 과거보다 확실히 다양한 국가로 신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내 은행들의 해외진출이 지나치게 특정국가에 집중돼 지역 리스크가 높고 현지화 정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임승태닫기

국내 외국계 은행(자산 상위 5개사)의 현지자금조달 비중은 66.1%인 반면, 국내은행의 해외점포는 56.2%에 그쳤고, 전체 대출채권과 유가증권 중 현지 운용비중은 국내 외국계 은행이 88.0%인 반면 국내은행 해외점포는 15.4%로 낮았으며 현지 직원채용 비중도 국내 외국계 은행이 97.5%인 반면 국내은행 해외점포는 52.4%에 불과하다는 게 이유다.
임 국장은 “은행 해외점포의 60%가량이 아시아지역에 쏠려 있다”며 “신흥시장은 수익성은 있지만 리스크 역시 크다”고 지적했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