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업계일각에서는 하나생명 역시 ACE그룹이 인수의향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보, 녹십자, 금호생명 등과 같이 기업 기밀자료만을 유출시킨 채 성과도 없이 손실만 보고 직원들의 사기저하 등 상처만 남게됐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외국계의 이 같은 인수의향 남발로 국내 기업의 정보를 여과없이 조사, 유출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함에 따라 규제 및 보호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강하다.
물론 일각에서는 규제방안이 마련될 경우 외국계 자본의 국내시장참여는 물론 건전한 M&A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등 엇갈리고 있지만 최근 외국계 자본의 무분별한 실사작업에 이은 정보유출 등 국내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최소한의 보호방안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7일 하나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ACE그룹은 김앤장을 통해 서울 인근 모 호텔에서 하나생명에 대해 실사작업을 실시하는 등 기업정보를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생명은 독일알리안츠와 하나은행이 50대50으로 공동출자해 만든 방카전문보험사로 알리안츠와 하나은행 모두 매각의향에 잠정 동의하고 ACE그룹으로부터 실사를 받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시켜 왔다.
하지만 최근 ACE그룹이 인수의향을 접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나생명 매각계획이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생명을 실사했던 ACE그룹이 인수의향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며 “하나생명 내부에서도 당했다는 분위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ACE그룹은 겉으론 인수대금이지만 최근 보험업법 위반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를 받은 ACE화재 한국지점사태와 관련 금융당국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은데 대한 부담이 적지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금융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5월 ACE그룹이 보험업 예비허가를 신청했을 때에도 일부 보험사와 협의중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기초서류 제출 등 관련작업에 불성실하게 대하는 등 적극적이지 않아 의심스러웠다”며 “당시 ACE그룹이 신청했던 예비허가를 돌연 취소한 것도 이번에 제재받은 ACE화재 한국지점의 불법영업행위가 보험검사국에 적발됐을 때여서 내부적으로 신경이 많이 쓰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ACE화재의 영업정지처분으로 ACE그룹이 신규사업을 확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은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해석됐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ACE·악사등 외국계회사들의 국내진출 타진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는데 이번 ACE그룹의 하나생명 인수계획도 현재 우리와 협의된 것도 없고 두 회사간 협의중이었던 것으로만 알고 있다”며 “ACE화재가 영업정지 등 징계를 받았다하더라도 인수를 하려한다면 주요지배주주의 관계 등을 검토해 직접적인 관계가 없을 경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ACE화재를 통해 하나생명을 인수하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ACE그룹의 하나생명 인수작업이 불발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업계일각에서는 피인수기관에 대해 실사를 요구할 시 일정부분 계약금을 지불하는 등의 장치를 마련해 무분별한 인수의향 남발사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의향서를 계약할 때 면밀히 검토해야 하겠지만 결국 피인수기관에 대한 보호장치는 없다는 것이며 특히 외자계의 경우 대한생명을 비롯해 이미 많은 보험사들이 기업기밀만 유출되는 등 부작용이 결코 작지않았다”며 “인수의향서에 계약금 명목을 두어 불필요한 인수남발을 자제토록 하는 등의 개선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양규 기자 kyk74@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