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악화 보수적유인증가 2중고 영향권에 진입
비관적 견해에 기대어 서면, 은행들의 중소기업금융 부문이 진퇴유곡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전망을 얻게되는 상황이다.
은행마다 그리고 같은 은행이라도 일선 영업 담당과 여신심사 또는 리스크관리 담당의 견해가 틀리긴 하지만 적어도 지난해처럼 터무니 없이 폭발적 대출성장은 불가능한 분위기다.
◇ 2006 증가치 화산폭발에 비길만 = 10일 한국은행이 밝힌 2006년 12월 금융시장동향과 과거 DB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뺀 은행권 중소기업대출은 지난해 모두 43조5430억원 늘었다. 2004년과 2005년 각각 8조7293억원과 11조364억원 늘어난 것에 비하면 4~5배는 족히 넘는 증가폭이다. 은행들이 군집행동을 보였던 2003년의 35조257억원과도 큰 격차다.
그렇다고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그만큼 폭증했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한 결같이 대출확대 경쟁탓으로 결론내렸다.
◇ 경기악화 비롯한 먹구름들이 몰려오나 = 그런데 올해는 사뭇다르다. 지난해 가장 많은 자산증가 솜씨를 자랑했던 우리은행은 순익의 질과 규모로 시장을 놀라게 하겠다는 태도로 돌아서버렸다.
적극성을 띠는 곳은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으로 줄었다. 게다가 다른 은행들이 열기에 기름을 끼얹을 가능성도 적다.
10일 만난 국민은행 고위관계자는 시장평균 성장론을 다시 되뇌였고, 신한은행 관계자는 적정수준의 성장 이상이라고만 말했다.
그런데 일부 은행 관계자는 경기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다른 은행보다 기민하게 보수적 영업전략과 대출자산 및 영업방향 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적어도 비관적 시나리오가 가시화될 때 대응방안과 이를 실행할 세부계획까지 잡아 둔 은행이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 3중고가 옅거나 한, 두가지만 나타나거나 = 결국 일부 다가왔고 다가올 것을 포함한 3중고의 강도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중고란 △기업경영인들로부터 경영여건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져만 가고 △시중은행들의 경기순응성 때문에 보수적 자산운용 선회 가능성이 상존하는데다 △감독당국이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직접 챙기고 있다는 등의 요인으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연초 금융감독원은 주요 은행 중소기업 소호대출 임원과 간부를 소집해 리스크관리에 역량을 모을 것을 채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담보대출보다는 못하지만 대출잔액이 300조원을 넘어서 버린 중소기업대출 규모에 대한 직접규제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형은행 고위관계자는 “아직은 업종별 신용등급변 기업군에 따라 익스포저를 조절한다든지 영업력 강화책에 힘을 쏟는다든지 하는 대응만으로 적정수준의 성장과 이익증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면서도 “물론 경기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 어떤 은행 고위관계자는 “상반기 신중 내지는 보수적 행보를 보였다가 경기회복 기대감을 주고 있는 하반기를 노리는 전략으로 옮겨 가는 방안도 나쁘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어려워졌을 때 군집행동과 경기순응성의 강도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국내은행들은 경기가 나쁠 때 대출을 더욱 줄이면서 필요자기자본에 비해 잉여자본을 더 많이 축적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번이라고 다를까? 원화 합성CDO같은 신용위험 헷지상품을 거래할 시장도 없는 미비한 상황에선 기대난망으로 보인다.
<대출태도·수요&신용위험 서베이와 실제 증가폭>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