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이러한 생보업계의 움직임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생보업계에서는 신용도에 따른 보험가입 제한은 필요하다는 입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반면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은 저신용자를 범죄자로 예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 저신용자 보험가입 제한
앞으로 저신용등급자들은 보험가입에서 제한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처음 개인신용등급을 보험가입 심사에 적용한 것은 삼성생명으로, 지난 8월 삼성생명은 한국신용정보와 제휴를 맺고 개인 신용등급 1~10단계(한신정 기준) 가운데 등급이 가장 낮은 10등급에 대해 보험 가입 제한을 추진했다.
삼성생명 측은 “비록 10등급일지라도 사망보험금 3000만원 이하 가입건, 어린이보험, 연금 및 저축성보험, 과거 우수(2년 이상 유지) 계약자, 보험료의 선납(1년 이상)ㆍ연납ㆍ일시납 고객은 제한이 없어 실제 보험 가입이 거부되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며 “사망보험금 3000만원 초과건에 대해서는 월 소득의 20% 범위 내에서 누구나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여타 생보사들도 개인신용등급을 보험심사에 반영, 보험가입한도를 제한하거나 늘려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실제로 대한생명은 내년 1월중 신용등급이 우수한 계층의 보험가입 한도 확대 방안을 시행하기 위해 한국신용정보와 업무협약을 체결중이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신용도가 낮은 사람의 보험가입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신용도가 높은 사람의 보험가입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며 “현재 사망보험금 가입한도는 20억원으로, 신용도가 우수한 1~2등급 고객에 대해선 가입한도를 10~30% 가량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호생명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신용도에 따른 보험가입 제한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금호생명은 종신보험과 정기보험 등 보장성보험에서 신용등급 최하(10등급) 고객의 보험가입한도를 3000만원, 9등급 5000만원, 8등급 1억원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지만 아직까지 모든 것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어린이보험과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 가입자와 보험계약을 2년 이상 유지한 사람, 보험료를 연납이나 선납, 일시납으로 납입한 고객들은 보험가입한도 제한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교보생명과 알리안츠생명, 흥국생명, 동양생명 등이 시장상황을 주시하며, 신용등급의 활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신용도를 가입 심사 때 활용하면 보험사기를 예방할 수 있을 뿐더러 보험사의 손해율을 낮추고 신용도가 좋은 고객에게는 보다 낮은 보험료를 제시하는 순효과가 있다”며 “보험가입자체를 막는 것과 보험가입한도를 조정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 ‘신용불량자 범죄자 취급’ 비판 확산
생명보험사들의 신용등급 보험심사 활용 움직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 27일 민주노동당은 성명을 통해 이러한 행위는 저신용자를 범죄자로 예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민주노동당은 성명서를 통해 지난 8월 삼성생명이 사망보험금 기준 보험가입금액을 제한하는 움직임을 보여 물의를 일으킨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생보사들도 잇따라 보험가입시 개인 신용등급을 반영하기로 한 것은 보험의 사적 안전망을 무시한 처사이며, 수익만을 내세위 사회적 약자인 과중채무자들을 범죄자로 예단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이선근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보험사들은 신용등급 8등급 이하인 고객의 가입 1년 이내 보험금 지급률이 17%로 일반고객의 11.4%를 웃돌고 있으며, 보험사기로 적발됐거나 관련된 가입자의 51%가 신용등급 8등급 이하라는 주장을 근거로 저신용자들의 보험가입을 제한하려고 한다”며 “그러나 보험사기의 경우 법에 따라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입제한의 명분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보사들의 신용등급에 따른 보험가입 여부 결정과 관련된 방안은 사실상 하위 신용등급자들을 범죄자로 여긴 것”이라며 “이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영훈 기자 anpres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