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우수 소프트웨어 및 제품에 대한 개발비를 보장하고, 품질에 합당한 가격을 보장하겠다는 것이 이번 발표의 핵심이다. 조달청의 이 같은 발표에 가장 큰 기대를 거는 분야 중 한 곳이 바로 영세한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이다.
지금까지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조달청을 통해 공공기관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과당 경쟁을 거쳐 우선 대상자로 선정돼야 한다.
또한 우선 대상자로 선정되어도 가격협상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제값을 받기란 불가능하다.
소프트웨어 개발 단가를 산출하는 방식도 개발업체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다.
전체 개발 비용 산출 방식은 투입된 개발인력의 수에 작업일수를 곱하고, 여기에 제경비와 기업이윤을 더하는 식으로 책정된다.
따라서 가격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업이윤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동시에 작업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할 수밖에 없어 관련업계에서는 ‘인건비 따먹기 작업’ 혹은 ‘일용직 근무자’ 라는 표현이 공공연하게 통용되어왔다.
무엇보다도 약자의 입장에 서있는 개발업체는 공공기관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할 수밖에 없으며, 명확한 청사진이 없는 소프트웨어 개발 작업 진행은 기간의 연장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또한 이로서 발생하는 손해는 전적으로 개발업체가 부담해야 했기 때문에 개발 일정을 맞추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야근은 업계의 관행으로 정착될 정도이다.
조달청은 적정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서 ‘외부 기술단에 의한 적합성 심사’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추정 예산으로 상한선을 긋던 지금까지의 주먹구구식 가격책정을 외부 전문 원가 계산 기관을 통해서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적절한 가격대를 도출해 내는 방식이다. 또한 이렇게 책정된 가격은 공시를 통해서 외부로 알리고, 관련 제품을 구매하는 기업에게 적정 가격으로 권하겠다는 입장이다.
조달청의 박이철 사무관은 “지금까지 공공기관에서는 제품 구매 시, 향후 감사를 받아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선호해 왔다”며, “앞으로는 단순한 가격 경쟁보다는 더욱 우수한 품질의 제품이 선호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사무관은 “기술력이 우수한 제품의 경우에는 심사를 통해 개발 원가의 일부를 보장받기 때문에 실제 납품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해도 개발업체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며 “더욱 많은 개발 업체가 개발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달청의 이 같은 정책변화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 시점에서는 적정가격이 책정된다 하더라도 기업이 제품 구매 시, 이를 준수해야하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쉽게 정착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더욱이 적정 가격에 대한 책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며, 이를 평가하는 외부 기관에 대한 신뢰성 역시 검증되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개발비용의 몇 퍼센트를 어떠한 방식으로 보상해 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정책의 효과를 기대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남규 기자 sh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