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뉴스를 접하면서 미국 부자들의 재산에 대한 사회환원방식에 대해 전세계 언론들은 경의를 표한 바 있다.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 처럼 금융산업과 IT산업의 정글과 같은 자본주의 게임에서 승리를 한 후에 승리의 전리품을 사회에 다시 환원한다는 것은 초기 로마시대에서부터 이어진 서양 부자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정신을 보여주는 것이다.
앤드루 카네기와 존 록펠러로 시작된 미국 부자들의 재산 사회환원을 통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은 치부(致富)의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한다는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부자들의 서양식 ‘노블리스 오블리제’정신은 가끔 동양에선 평가절하돼 해석되기도 한다.
특히 한국과 같은 사회에서는 아무리 많은 돈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해도 그들의 치부과정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으로 인해 사회환원의 의미 자체가 퇴색되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그만큼 부자들의 돈의 쓰임새 보다는 돈을 버는 과정을 중시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지난 14일 유누스 그라민은행장의 노벨평화상 소식을 듣고 그가 주창한 ‘마이크로 크레딧’을 동양 부자들의 사회환원의 방법과 연결해서 생각해보게 됐다. 유누스 그라민은행장은 방글라데시의 부유한 보석가공업자 집안에서 태어났고, 미국의 밴더빌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자본주의 과실을 누구보다도 누릴 수 있었지만 서구의 전통적인 경제논리를 통해서는 조국 방글라데시의 가난을 구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부자로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를 하는 것 보다는 무담보소액대출을 통해 그들의 자립의지를 심어주고, 궁극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저한 자본주의 게임에서 승리를 통해 얻는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워렌 버핏과, 몸소실천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유누스 그라민은행장, 방식은 다르지만 부자들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들을 우리 곁에서도 많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태은경 기자 ekta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