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보험업 진출계획 아예 없었다 지적도
ACE아메리카그룹(이하 ACE그룹)이 생명보험업 독자진출을 포기했다.
ACE그룹은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한 계획을 검토하면서 지난 2004년부터 국내의 부실생보사 인수를 위해 금융당국 및 일부 보험사들과 타진을 해오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하지만 인수대금 등 협상조건을 놓고 피인수 보험사와의 적잖은 충돌로 인해 독자적인 생명보험업 진출로 전략을 턴하는 것으로 보였으나 얼마안돼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협상 대상회사에 대한 압박용 카드로 사용하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 ACE그룹 생명보험업 독자진출 포기?
지난 5월 생명보험업 진출을 위해 금융당국에 한국지점 설립을 위한 인가신청서를 냈던 ACE그룹이 지난달 말 돌연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ACE그룹은 일부 생명보험사를 대상으로 인수타진을 해오다 협상조건을 놓고 난항을 겪는 등 여의치 않자 금융당국에 독자적으로 생명보험업 진출을 위한 인가신청을 냈지만 뚜렸한 이유없이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ACE그룹이 타진하던 일부 보험사와 협상조건이 변경되는 등 외적 변화에 따라 인수전략이 수정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한편 금융당국은 심지어 ACE그룹이 처음부터 독자적인 진출계획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인가심사과정에 있어 필요한 서류제출 등 업무 협조에 ACE그룹이 무성의하게 일관, 금융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을 정도였다는 점을 들고 있다.
즉 적극적으로 독가진출 계획은 추진할 생각이었다면 비 협조적으로 대응했을 리 없고 경고를 받을 정도로 금융당국과의 업무 조율능력이 떨어질 기관이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는 ACE그룹이 처음부터 독자진출계획이 전혀 없었지 않았냐는 의혹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ACE그룹이 인가심사과정에 있어 필요한 서류제출에 상당히 무성의하게 해 경고를 주기도 한 바 있다”며 “독자진출을 처음부터 고려한 것이 아닌 듯 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의 일각에서는 ACE그룹이 계획에 없던 독자진출안을 놓고 일부 보험사를 대상으로 압박 카드용으로 사용하려했다가 심사과정 중에 금융당국과의 마찰 등으로 향후 정말로 진출계획을 추진할 때 이를 반려하거나 등의 어려움을 겪을 것을 염려해 시간을 끌지 않고 계획을 철회한 게 아니냐고 보고 있다.
◇ A보험사, 인수논의 가능성 살았나?
이번 ACE그룹이 생보시장 독자진출계획을 돌연 취소한 것을 놓고 업계일각에서는 인수를 타진했던 회사와의 협상조건을 놓고 이견을 좁히는 등 협상이 상당부분 진전된 것이 아니냐고 추정하고 있다.
그 동안 ACE그룹은 녹십자생명을 비롯해 금호생명 등 국내 생보사들과 인수계획안을 놓고 적잖게 접촉해 온 것으로 나타났으나 결국 인수대금등의 협상조건 이견으로 불발에 그쳐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ACE그룹이 생명보험사 인수를 위해 중소형급 생보사를 대상으로 접촉을 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상식밖의 인수대금을 제시하는 등 분위기만 뒤 흔드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에 이번 금융당국에 낸 인가신청 추진건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내기 위한 하나의 제스처가 아니냐는 지적이 힘을 받고 있고 있으며 심지어는 인수계획에 대한 의혹마저 일고 있을 정도로 보험업계의 M&A가 혼탁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될 정도다.
◇ 외국계, 국내시장 휘젓기 위험수위?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보험사들이 끊임없이 국내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프랑스 최대 보험그룹인 악사(AXA)는 온라인 자동차보험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데 지난 1월 서울에 주재사무소를 설치한 뒤 중소형 손해보험사와 온라인 자동차보험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악사측이 보험시장 진출문제로 타진해 오자 온라인 자동차보험시장의 시장경쟁 가열을 우려, 신규 진출에 대한 곤란함을 전달했다.
악사는 교보자보를 방문해 인수논의와 관련해 임원들과의 접촉을 가진 사실이 확인되는 등 기존 중소형 보험사 인수를 물밑에서 추진해 왔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악사의 진출계획은 수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악사그룹은 2005년 말 기준으로 자산규모가 1조640억유로에 달하는 세계 3위의 거대 보험그룹으로 지난 95년 동부생명 지분 50%를 인수해 합작 형태로 진출했다가 2001년 지분을 전량 매각한 후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국계 보험전문그룹인 ACE그룹 역시 생명보험시장 진출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려고 했다 철회한 것과 관련해서도 국내기업 뒤 흔들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수년간 국내 생보시장 진출을 타진했던 에이스그룹은 국내에 지점이나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인가신청을 한지 4개월만에 돌연 철회했으며 이에 앞서 녹십자생명 등 일부 국내보험사들을 대상으로 실사작업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AIG, 메트라이프 등도 각각 금호, 교보, 구 SK생명 등 국내 중소형 그룹보험사의 실사작업만을 시행한 채 결론적으로 국내사 정보만을 빼내고 빠지는 경우가 허다했다는 점에서 일부 관계자들은 외자계의 무차별한 국내 보험사 유린행태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현재 미국의 젠워스파이낸셜도 한국 모기지보험 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마치고 감독당국에 인가 신청을 지난 8월 낸 상태로 금융당국이 심사 중에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젠워스 파이낸셜의 경우 지난 8월 인가신청을 냈으며 현재 심사중에 있다”며 “국내시장 진출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양규 기자 kyk74@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