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에는 재정경제부가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기관이 고객들에게 자기앞수표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히며 서민금융기관들의 기대감만 고취시켰다. 결국 한국은행의 반대에 부딪쳐 수표발행은 물 건너가는 듯 했다.
이번에는 수표발행추진에 정치인들이 명함을 내밀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오제세 열린우리당 의원 등 여야의원 18명이 지난 1일 서민금융기관들이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인가를 받으면 수표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수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새마을금고 등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각종 협동조합은 수표발행이 가능한 반면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협은 형평성에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서민금융기관 입장에서 수표발행은 수익외에 진정한 금융기관으로서 인정받는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수표발행 자체가 금융기관으로서 건전성과 공신력을 인정받는다는 의미를 지닌데다, 수표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 법무부와도 관련돼야 하는 등 수표발행 하나로 정부기관 여러곳과 관련을 맺으면서 위상이 강화될 수도 있다.
그동안 금융기관이지만 제도권에서 소외당하면서 고객들의 신인도가 낮아야만 했던 서민금융기관들로서는 수표가 상징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쉽게 허용하기도 힘든 일이다. 한국은행의 설명처럼 “서민금융기관들의 지급결제시스템이나 수단의 안정성이 떨어져 이용자 보호를 위해 허용하기 어렵다”는 공식입장도 설득력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재경부나 정치권은 ‘수표발행허용’카드를 꺼내 들며 “이번에는 정말로 허용될 것”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말이 나올 때마다 시민금융기관들은 기대와 실망을 반복한다.
지급준비금을 마련하고 시스템을 갖추고 온갖 노력을 했다가도 한은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되기 때문에 헛된 힘만 쓰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처음부터 서민금융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전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한, 업계의 “우량 저축은행에 한정하고 발행한도를 정하자”는 말처럼 그 대상을 고르고 고르는 것도 한 방편이 되지 않을까 싶다. 모두 같은 저축은행 간판을 달고 있으면서도 하늘과 땅 차이만큼 다른 게 이 업계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