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업계 반발 등 이해집단 반발 ‘최대 걸림돌’
17대 정기국회가 10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 가운데 그동안 입법발의된 ‘보험사기 방지 관련 법안’들의 행방에 보험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내년 대선일정을 감안할 때 이번 정기국회가 사실상 마지막 회기라는 점에서 보험사들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고 있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금액은 연간 1조65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보험금 누수는 전체 보험소비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보험사들의 경영상황을 악화시키는 주 요소로, 하루빨리 보험사기를 방지할 수 있는 다각적인 법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이같은 사회적 필요에 의해 현재 몇몇 법안들이 입법 발의돼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이번 회기에도 통과되지 않는다면 결국 폐지될 수 밖에 없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마지막 찬스 ‘놓칠수 없다’
현재 보험사기 방지와 관련돼 국회에 입법발의된 법안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 일명 나일론 환자방지법 등을 비롯해 총 6개에 달한다.
이들 법안들은 길게는 1년 넘게 국회통과를 기달리며 현재 계류중이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국회의원 임기 중 발의된 법안은 임기만료후 폐지되는 현 법률하에서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이를 발의한 대표발의자들과 관련 부처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바다이야기 파문, 전시 작전통제권 논란, 한미 FTA 등 굵직한 현안들로 인해 입법 결정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몇몇 법안들을 제외하고는 그 통과 가능성이 상당히 희박한 상황이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사실 이번 정기국회가 데드라인인 셈”이라며 “전체회의, 소회의, 공청회 일정까지 감안하면 법안통과를 위해 남은 시간은 몇일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번 기회를 놓칠 경우 내년 대선일정상 또 다시 입법기회를 갖기 힘들것으로 판단해, 현재 법안통과를 위해 여러통로로 법안제정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 나일론환자법 14일 건교위 상정
6개 보험사기 방지 관련법안들 중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법안은 바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경미한 교통사고 후 보험금을 많이 받기 위해 입원한 뒤 실제로는 병원을 비우는 가짜 환자 속칭 ‘나일론 환자’를 막기위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은 의사협회 등 의료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는 14일 건교위에 상정될 예정이다.
열린우리당 김동철 의원의 대표발의 후 만 8개월만에 상정되는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손해보험업계는 입원환자 무단이탈시 병원에 퇴원요청권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김동철 의원측은 “건교위에 계류중이던 이 법안은 오는 14일 상정될 예정으로, 건교위의 전체회의와 소회의를 거쳐 입법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법이 제정되면 연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나일론 환자로 인한 보험금 누수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애실 의원이 지난 3월 입법발의한 ‘의료법 개정안’도 조만간 복지위에 상정될 전망이다.
의료인의 진료기록부 등 허위작성 금지 및 처벌규정 신설을 주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의 경우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과는 달리 아직까지도 의료업계의 별다른 반발이 없어 입법절차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애실 의원측은 “입법발의 당시 의료업계의 반발을 우려했으나 다행히 그러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정기국회 상정 후 입법화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 김효석 의원 “안되면 고쳐서라도”
지난 2005년 8월 민주당 김효석 의원의 입법 발의후 법적인 문제로 계류중이었던 ‘보험업법 개정안’과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이번 17대 정기국회에서 새롭게 다뤄질 예정이다.
보험업법과 특가법 개정안의 경우 보험사기 유형 및 금감위의 조사근거를 마련해 보험사기 적발에 힘을 실어줌은 물론 그 처벌 강화로 실질적인 보험사기 방지책으로 손꼽히고 있다.
김효석 의원측에 따르면 “그동안은 법적인 문제로 국회상정이 보류됐지만 최근 형사정책연구원에 용역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법안골격을 만들고 있다”며 “다만 입법발의는 김효석 의원이 재경위에서 복지위로 자리를 옮기면서 재경위 소속 위원을 대표발의자로 새롭게 입법추진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새로 입법발의되는 개정안에서는 그동안 미흡했던 처벌조항이 주도자, 조직보험사기, 개인보험사기, 금액별등으로 세분화되며, 보험사기에 대한 정의를 법적으로 명확히 표기할 전망이다.
김효석 의원측은 “당초 입법 발의한 개정안의 경우 개인신용정보 문제를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된다”며 “하지만 새롭게 입법 발의될 개정안은 법률적인 절차를 통과했다고 볼수 있고, 최근 보험사기에 대한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등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행자위에 현재 상정된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의 ‘민간조사업법’과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의 자동차관리법(현 건교위 상정)은 이번 정기국회때 입법화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다.
보험사기 조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 수 있는 민간조사업법의 경우 아직까지 공청회 절차가 남아 있을뿐더러 여러 가지 일정에 밀려 내년 국회 상반기중에나 입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관리법도 마찬가지로, 박찬숙 의원측은 “여러가지 눈치를 살피며 무더기로 입법을 추진하던가 아니면 폐지될 수 밖에 없다”며 “내년에도 입법화할 수는 있지만 대선일정 등을 생각하면 그 가능성은 현격히 낮아진다”고 밝혔다.
◇ 이해집단 반발에 법개정 원점에서 ‘우와좌왕’
마지막 입법화 기회인 이번 정기국회를 맞아 보험사기 방지 관련 법률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국회통과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해집단들의 반발은 아직도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입법 관계자들은 말한다.
특히 오는 14일 상정이 예정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의 경우 이러한 반발은 자칫 법안 폐지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지난 1월 20일 열린우리당 김동철 의원의 발의 후 의료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맞서야만 했다.
김동철 의원측 관계자는 “보험업계의 로비를 받고 만든 법안이냐는 등 지난 1월 입법발의후 수많은 의료업계의 항의를 받았다”면서 “진료기록을 공시하는 것도 아니고 외출외박 기록부를 이용해 자리이탈을 확인하는 것뿐인데도 의사권한 침범이라며 감정적으로 반발하고 있어 애로사항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익명의 국회의원측 관계자도 “과거 김동철 의원과 비슷한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는데 의료업계의 반발로 결국 입법발의를 취소한 경험이 있다”며 “의료업계가 법안에 반대할 경우 입법반대를 위한 로비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몇몇 법안들이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됐다곤 하지만 이러한 반발을 무마시키지 않고 입법을 강행하기란 힘들것”이라고 전망하며 “개정안의 경우 공청회가 필수적인데 강력한 반발로 공청회가 무산 연기된다면 결국에는 시간의 한계로 폐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영훈 기자 anpres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