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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인수 경쟁, 어떻게 볼 것인가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6-08-30 22:30

이상묵 삼성증권 상무, 경제학 박사

금융회사 인수 경쟁, 어떻게 볼 것인가
경매에서 이기는 사람은 마치 저주를 받은 것처럼 결과가 좋지 않게 되는 현상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고 일컬어지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이 발견된 것은 광업권에 대한 경매에서다.

광업권에 대한 경매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응찰 가격을 써내기 전에 광업권의 가치를 추정해야 한다.

우선 매장량을 추정해야 하고 해당 광물의 가격에 대한 전망도 빼놓을 수 없다. 매장량이나 가격이 매장되어 있는 광물의 가치를 좌우한다고 하면 이에 대한 추정치를 높게 보는 사람이 응찰가격을 가장 높게 책정하게 마련이다.

정확한 매장량이나 가격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입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실제 가치에 근사하게 평가한 사람, 과소평가한 사람, 과대평가한 사람들로 다양하게 분포될 것이다. 과소평가한 사람의 입찰가격은 낮을 것이고 과대평가한 사람의 입찰가격은 높아지게 된다.

결국 경매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광업권의 가치를 실제보다 가장 높게 과대평가하여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사람이 된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은 경매에서는 승리하였을지 모르나 시간이 흘러 매장량과 가격이 현실화됨에 따라 실제로는 바가지를 쓴 패자임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 금융회사를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는 사람에게 매각하는 사례가 빈번하면서 승자의 저주 현상이 언급되고 있다. 실제가치보다 과대평가한 사람이 승자가 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신한지주의 LG카드 인수와 관련해서는 신용평가회사인 S&P가 신한지주에 대한 신용등급의 하향조정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물론, 금융회사의 가치는 광업권의 가치와는 다른 측면이 많다. 광업권에 대한 경매가 승자의 저주라는 현상을 낳는 것은 광업권의 실제가치는 인수하는 사람에 따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동일한 매장량이라도 채굴기술에 따라 실용적 가용량이 크게 달라진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높은 가격을 쓴 사람이 매장량을 과대평가한 것이 아니라 동일한 매장량으로 보다 많은 실용적 가용량을 추출해낼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가치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승자의 저주라는 현상을 일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금융회사 인수경쟁은 우려를 야기할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우선, 인수한 사람에 따라 실제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한지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LG카드를 놓고 경쟁을 한 신한지주와 하나지주는 여러모로 유사한 금융그룹이다. 단자사에서 출발했다는 배경이나 산하에 두고 있는 금융회사의 업태, 경영방식 등이 너무나 유사하다.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신한지주는 조흥은행을 인수하여 은행업의 규모가 하나지주에 비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차이점이 LG카드의 인수가치를 충분히 차이가 나게 해서 승자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

더욱이, 최근 우리 금융회사들의 인수 경쟁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몸집 불리기 유행과 무관하지 않으며 그런 유행에 휩쓸리는 과정에서 인수가치를 과대평가했을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

우리나라의 은행시장은 현재도 외국에 비해 집중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소수의 은행에 의한 과점체제가 이미 형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행간 합병으로 비용이 현저히 개선된다는 증거도 없다. 동일 금융그룹에 속한 금융회사간의 시너지 효과를 거론하나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지칭하는지 분명치 않다. 인수, 합병으로 몸집을 키우지 않으면 생존키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있으나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 합병 열기가 점점 높아가고 있다.

또 하나 염려스러운 점은 인수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인수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크게 현금 지급과 인수 회사의 주식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인수하는 회사의 자기자본을 사외로 유출시키게 된다.

BIS 비율 규제와 같은 건전성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선두권에 있는 시중은행의 경우 매년 1조원 이상의 순익을 창출해야 신규 증자에 의한 자본확충 없이도 증가하는 자산을 뒷받침하기에 필요한 자기자본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 은행들이 합병을 하게 되면 단순 계산으로도 매년 2조원의 순익을 내야 증가하는 자산 규모를 뒷받침할 수 있다. 아무리 몸집이 커진 은행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2조원의 당기순익을 일상적으로 실현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국민정서가 그러한 대규모 순익을 용납할 것인지 의문이다. 그런 현실에서 자기자본을 사회로 유출하는 방식의 인수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최근 들어 점점 더 가열되고 있는 금융회사들의 인수 경쟁은 조금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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