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청난 후유증을 불러올 수 있는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 발언을 정부가 연일 쏟아내는 가운데, 금융 부실화 우려가 제기돼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부동산버블이 터질 경우 금융 부실화의 여파가 1금융권보다는 2금융권에 집중될 수 있다는 식으로 엉뚱하게 상호저축은행과 여전사에 화살이 향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 근거없는 2금융 위기론 제기
시중은행들은 자신들보다 높은 상호저축은행들의 담보인정비율(LTV, 시가 대비 대출금 비율)을 문제삼고 있다.
문제가 터지면 충격을 고스란히 맞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월말 기준으로 우리 SC제일 국민 하나 농협 옛 조흥 등 6개 시중은행의 LTV는 52.7%였다. 반면 저축은행 전체의 LTV는 68%로 시중은행보다 한참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규모. 저축은행의 전체 주택담보대출규모는 4조원 수준이고 전체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에 불과하다.
부동산버블이 우려되는 투기지역에 대한 대출도 2조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마저도 지난해부터 계속 줄고 있어, 업계는 주택담보대출에 소극적이다.
지역농협조합에 금리경쟁력이 밀리면서 주택담보시장을 잠식당해 왔고, 고객들도 높은 금리 탓에 저축은행보다 시중은행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평균 12%이상의 고금리로 대출받아 아파트를 산다면 수지타산이 맞겠는가”라고 말했다.
특히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층이 저신용자들로, 주택담보를 이용할 정도로 담보를 제공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이정하 팀장은 “저축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은 사업자금 대출로 이뤄지는 것으로 시중은행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캐피털사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제한 조치도 향후 대출규모증가에 대비하기 위한 예방책으로 풀이된다.
여전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이 워낙 미미해서 규제를 하지 않았다가 2금융권으로 쏠릴 가능성 때문에 제한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여전사도 주택담보대출 때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대상에 포함시키고, 투기 또는 투기과열지역 아파트에 대한 LTV는 70%, 비투기지역은 80%로 정했다.
일부에선 시중은행들이 자신들을 겨눈 화살을 2금융권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5일 현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14조3193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1조2585억원이나 늘었다.
지난해 6월 이후 10개월만에 최대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던 지난달의 3조321억원을 제외하면 올 들어 최대 증가폭이다.
“화살 2금융으로 돌리려는 의도” 제기
후순위 대출은 잠재적 위험 존재 경고
◆ 후순위대출 9000억 불과
후순위대출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은행이 선순위로 저당을 잡은 아파트에 2금융권 회사가 추가로 대출해준 경우로, 은행이 대출금을 우선 상환받을 수 있게 된다.
때문에 2금융회사들은 부실채권을 그대로 떠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업계는 후순위대출이 계속해서 줄어왔던 점, 금감원이 지속적인 감시를 해온 점 등을 들어 걱정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8월 이후 금융감독원은 지속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감시해왔고, 이 과정에서 후순위대출은 1조2000억원 규모에서 현재 9000억원으로 3000억원 줄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영업 에이전트를 고용해 아웃소싱 형태로 아파트 후순위대출을 했었지만, 지난해 8.31대책 이후 LTV적용을 받아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만에 하나 정부의 발언대로 부동산가격이 30%가 폭락하더라도 크게 우려될 수준은 아니다라는 게 업계의 생각이다.
제일저축은행 김정록 이사는 “담보비율을 최대 80%까지 늘려 대출해도 30% 가격하락이면 10% 정도 손해 보는 수준이고, 부실이 발생해도 계속해서 상환되기 때문에 업계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축은행업계도 아파트담보외에 이자불입 능력이 있는지 소득수준은 어떤지 등 종합적인 신용평가를 하는 등 까다로운 심사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이정하 팀장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는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경험과 노하우가 더 많아 부동산대출에 관해 저축은행이 뒤쳐진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편법적인 대출한도 늘리기 우려
상호저축은행업계에 위험요소는 남아있다. 금감원은 특별히 투기지역에 주택담보대출이 많은 저축은행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는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 영업에이전트를 통해 했던 아파트담보대출이 아직 남아있는 곳이 있고,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은 LTV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해주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로 소호대출 등으로 LTV 적용을 피하는 경우가 있다.
동부저축은행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에 대출이 많은 회사와 과거 후순위대출이 아직 존재하는 저축은행은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