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의 협동조합은행과 국내의 농협중앙회는 태생 과정에서부터 차이가 있지만 종합금융그룹을 추진하는 농협 입장에선 성공적인 모델로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크레디아그리꼴의 중앙은행(CASA)은 소매금융에서부터 보험, 프라이빗뱅킹, 기업·투자금융을 아우르는 총 368개의 자회사 및 관련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988년 정부소유의 공공기관에서 주식회사 형태로 민영화하고 이후 상장을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기반을 다졌다.
그룹 내의 독립법인으로, 정해진 구역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광역협동조합은행(농협 지역조합과 유사한 개념)이 정부지분을 인수해 CASA의 대주주가 됨으로써 협동조합은행의 탄탄한 기반을 가능케 했다.
민영화 당시 광역협동조합은행이 90%를, 나머지 10%를 임직원에게 배타적으로 이양했다. 크레디 아그리꼴은 민영화 이후 주식 상장을 통해 자회사 설립 및 인수를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BIS비율 충족을 위한 자본확충도 가능했다.
물론 크레디 아그리꼴의 경우 광역협동조합은행이 비교적 탄탄한 위치에 있어 지분을 인수할 수 있었지만 국내 농협중앙회의 회원조합은 부실화 및 적자누적으로 인해 똑같은 상황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크레디 아그리꼴은 상장 이후 외부자금을 지속적으로 조달해 지난 2004년말엔 광역협동조합은행의 지분이 54%로 크게 낮아졌다.
이후 보험업에 진출하고 지난 1996년엔 앵도수에즈 은행을 인수하면서 국제 및 도매금융업무를 강화했다.
특히 지난 2003년엔 프랑스 내 6위의 크레디 리요네를 합병함으로써 규모 확장과 리딩뱅크로 도약할 수 있었다. 아울러 종합금융그룹의 모양새가 갖춰졌다는 평을 얻고 있다.
광역협동조합은행의 지점망은 재원이 부족한 농촌지역 및 중소도시에 집중돼 있어 그동안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주를 이뤘다.
대도시 지역에 강점을 가진 크레디 리요네를 인수함으로써 프랑스 전역에 영업망을 확보한 프랑스 소매금융 1위 은행으로 도약했다.
크레디 아그리꼴은 글로벌 종합금융그룹화를 추진하기 위해 기업·투자금융 자회사인 Calyon을 통해 66개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고 해외 PB사업의 확장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 볼 점은 광역협동조합은행의 예금 100%가 CASA로 집중 예치되고 이 중 50%는 광역협동조합은행에 재대출된다는 점이다. 나머지 50%에 대해선 수수료가 지급된다.
또 프랑스 농업금융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서비스로는 농장설립과 양도 관련 금융 및 자산관리서비스나 농민수입 패턴에 맞춤 상환기간 및 일정조정 대출 설계 등을 꼽는다.
크레디 아그리꼴은 민영화와 정책금융의 개방으로 정부 지원과 특혜는 없어졌지만 지방정부의 정책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