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최근 국내 은행권의 대형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앞두고 독과점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은행 합병 정책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요구한 대목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5일 금융연구원 이병윤 연구위원은 ‘은행산업 시장집중도 증가’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산업의 시장집중도는 서유럽 선진국들이나 홍콩, 싱가포르 등 금융이 주요 산업인 아시아 국가들보다는 낮지만 미국, 일본보다는 높다고 밝혔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산업의 시장집중도는 크게 늘어 지난 1997년 대체로 600대 중반 정도였으나 지난 2004년말 현재 1300~1400대로 2배 이상 늘었다. CR₃도 20%대 후반에서 50%대로 2배 정도 증가했다.<표 참조>
이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미국 법무부의 은행합병 가이드라인을 인용, HHI(용어해설 참조)가 1800이상인 경우 ‘집중’, 1000~1800은 ‘다소 집중’, 1000미만은 ‘경쟁’으로 간주할 때 국내 은행산업은 ‘경쟁’상태에서 현재 ‘다소 집중’ 상태로 변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세계은행’의 조사를 인용해 총자산 CR₃를 기준으로 지난 2004년말 서유럽 국가들은 대체로 60% 이상, 홍콩과 싱가포르도 각각 67.8%, 98.7%인 반면 미국과 일본은 각각 37.4%, 32.5%의 낮은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이 위원은 국내 은행산업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소수 대형은행들에 의한 과점화를 우려했다.
예금금리 인하, 대출금리 및 수수료 과도한 인상 등 독과점적 행태로 은행 이용자의 부담이 높아질 수 있고 전체 은행 대출액이 사회적 최적수준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형 은행의 경영부실은 곧바로 은행시스템 전체 부실로 연결될 수 있고 대형은행 퇴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커 감독당국이 은행 퇴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점을 악용해 이들 은행의 도덕적 해이가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이 밖에 대형은행들이 시장지배력 증대에 따른 수익에 안주해 국제경쟁력 강화 등 효율성 증진 노력을 소홀히 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반면 그는 “어느 정도 독과점적 지위를 갖고 안정적 이윤을 얻는 것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바람직할 수도 있다”는 장점도 꼽았다.
예로 은행산업이 과점화 돼 은행이 대출계약 때 기업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경우 은행의 기업정보 취득이 용이해져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점 등이다.
결국 “현재 국내 경제 및 금융시장의 규모와 특성 등에 비춰 어느 정도의 시장집중도가 적정한지에 대한 경쟁정책적 판단이 선행돼야 하며 이를 기초로 은행합병에 대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어설명
* HHI(허핀달-허쉬만지수);동일 시장내 개별기업들의 점유율(%)을 제곱한 후 합산해 산출
* CR₃;상위 3개 은행의 집중도
<우리나라 일반은행 시장집중도 변화 추이>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