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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의무와 삼성전자 판결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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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5-10-30 20:24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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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은 기본적으로 남의 돈을 맡아서 잘 불려 주는 장사를 하는 곳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이 장사를 잘 하려면 우선 그 곳에 돈을 맡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맨 땅에 헤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도 사람들에게 “우리는 매우 믿음직한 곳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돈을 맡겨 달라”고 입에서 침이 튀기면서 선전할 수밖에 없다.

관리자의 의무에 관한 법적 개념이 발달하게 된 것은 이런 필요가 사회적으로 확산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민법상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나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등은 모두 이런 재물의 대차 거래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지난 10월 28일 대법원은 관리자의 의무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기념비적 판결을 내렸다. 삼성전자의 일부 주주들이 삼성전자를 위하여 삼성전자의 이사를 상대로 제기했던 주주대표소송에서 이사들에게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 소송은 아마도 우리나라의 주주대표소송 분야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기념비적인 소송으로 기록될 것이다.

비록 제일은행 사례가 최초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이미 사망한 회사에 대한 소송에 불과했기 때문에 누구나 인지할 수 있는 대규모 회사에 대한 본격적인 주주대표소송으로는 삼성전자 사례가 실질적으로 최초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이사에 대해 몇 가지 매우 중요한 판단을 내렸다. 아마도 금전의 관리와 관련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금융기관 종사자라면 눈을 부릅뜨고 밑줄을 그어가며 대법원의 판결문을 읽어야 할 것이다.

통상 미국법에서의 충실의무는 충성의 의무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로 구분된다. 이중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는 그것을 위반하면 손해배상의 책임이 발생하는 보통법상의 의무로서 경영판단의 원칙이라는 항변이 허용된다.

반면에 충성의 의무는 원래 신탁의 관리자 등에게 적용되었던 매우 엄격한 의무로서 관리자가 신탁자산을 편취하는 등의 잘못을 범하는 경우 전형적으로 위반이 발생한다. 충실의무의 위반은 영미법상의 독특한 법체계인 형평법의 논리로 다스리는데, 이때는 경영판단의 항변이 허용되지 않고, 위반자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이익의 반환” 혹은 “원상회복”이다.

충성의 의무 위반시 손해의 발생 여부는 원칙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 장학금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신탁의 경우 장학금의 수령은 수혜자의 권리가 아니기 때문에 신탁자산의 편취에 의해 학생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통상적인 손해배상의 논리로는 관리자의 행동을 규율할 수 없기 때문에 충성의 의무에 기반한 형평법의 법논리가 발달하게 된 것이다.

이번 삼성전자 이사에 대한 판결중 충성의 의무가 적용된 부분은 이사 이건희가 형법을 위반하면서 회사의 자금으로 대통령 노태우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부분이다. 대법원은 이 부분과 관련하여 “이사가 법령을 위반할 경우 그 자체가 회사에 대한 채무불이행”이라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만일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어떤 금융기관 종사자가 법령을 위반하는 행위를 할 경우는 그 자체가 자금의 맡긴 사람에 대한 “채무불이행”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등골이 오싹한 부분이다.

다음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 위반과 관련한 판단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이에 대해서는 경영판단의 항변이 허용되고, 또 손해배상이 기본적 배상수단이기 때문에 배상액의 결정시에 손해액의 산정과 상계 등의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대법원의 판결을 보면 삼성전자가 이천전기에 돈을 집어넣었다가 손실을 본 것은 경영판단으로 보아서 그대로 넘어가기로 했고, 삼성종합화학의 주식을 헐값에 매각한 것은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보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되 다만 손해액의 산정에는 일부 경감의 논리를 인정하였다.

이것저것을 종합해 볼 때 이번 판결은 신탁이나 보험, 자산관리 등 다양한 금융분야에서 충실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종사자에게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정말 세상이 법원에 의해 변하고 있는 것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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