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중소기업금융에도 멘토링제도를 전격 도입하기로 하고 최종 검토중이거나 이제 곧 멘토 관계를 직접 맺을 예정이다.
멘토 또는 멘토링의 기원은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한다. 오디세우스(로마식은 율리시즈)왕이 트로이 전쟁을 떠날 때 친구에게 자기 아들 텔레마코스의 양육을 맡겼는데 그 사람 이름이 멘토였다. 왕이 돌아오기까지 멘토는 친구이자 선생님 또는 상담자, 때로는 아버지처럼 훌륭한 역할을 했다. 오늘날은 멘토링제도로 기업경영에 폭 넓게 활용되기도 한다.
이들 두 은행은 직원들을 중소기업 고객의 멘토로 연결 시켜 지식·정보·노하우 등 지적자원 공급은 물론 필요한 네트워크에 연결해 주거나 솔루션을 찾아 주는 등 기업경영 도우미로 발 벗고 나서겠다는 각오다.
두 은행 모두 중소기업 컨설팅 분야에도 앞서있어 한층 높은 관계맺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제도 실시를 눈 앞에 둔 수출입은행은 심사역 70여명을 약 970개사에 이르는 중소기업 고객들의 멘토로 삼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하면 한 멘토가 13개사 정도를 맡아 보살핌에 나서게 되는 셈이다. 맡는 회사가 많은 대신 모든 분야 전반적으로 멘토링 하는 게 아니라 수출입, 해외투자, 환율과 같은 국제금융 등 가장 잘 도와줄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멘토들은 필요한 경우, 지난 7월초 문을 연 EXIM컨설팅센터로 연결시켜 주거나 컨설턴트풀에 참여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을 주선해 줌으로써 시너지효과 극대화를 꾀한다.
은행 관계자는 심사역이 바뀌더라도 체계적 인수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일선 모든 영업점포가 ‘기업 주치의’가 되고 은행 전체가 ‘기업을 위한 종합병원’이기를 표방하는 기업은행은 멘토링 범위와 규모가 훨씬 폭 넓게 마련될 전망이다.
기업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1사 1촌 개념처럼 1사 1멘토에 이를 만큼 많은 직원들이 중소기업고객들을 보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은행 직원은 약 6300명이다.
기업은행 멘토는 일선 영업조직에만 한정 하지 않고, 담당 영업구역이나 담당 고객이 아닌 기업을 맡는 방식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은행 관계자는 “거래가 빈번한 고객의 멘토가 되는 것은 유착 등의 모럴헤저드에 빠져 취지를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신에, 인맥 지연 등의 연고가 있는 기업을 선택하도록 해 최대한 성실한 상담자 또는 컨설턴트이자 경영도우미가 되도록 이끌어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는 “연고가 있으면 여러 종류의 자문을 장기간에 걸쳐 해 줄 수 있고 담당 점포에 할 수 없는 이야기도 털어 놓는 돈독한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홍보대사이자 현장 애로요인 실사요원도 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중소기업에 대한 멘토제도가 본격화 되면 은행과 기업의 관계는 금융거래 때문에 맺어진 비지니스 관계에 그치지 않고 동반성장의 목표를 공유하는 동반자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