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1000p를 넘나들며 고공비행의 서막을 울리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감소하며 80∼90% 가까이 차지하던 브로커리지 수익전선마저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산관리영업으로 경영 키워드를 돌려세우긴 했지만 당장의 수익을 거두기보다는 체제정비에도 힘겹기 때문인 것.
특히 삼성 대우 현대 등 대형사들도 브로커리지 수익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해 네임밸류가 취약한 중소형사들로서는 탈출구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 경영노선 이상 없나 = 최근 2∼3년 동안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IB를 제외한 리테일 영업에서 자산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나섰다. 이는 증권사의 전통적인 수익원인 브로커리지가 ‘천수답식 영업’ 또는 ‘한계에 도달한 시장’이라는 판단 아래 ‘수익원 다변화’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성급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즉 일부 증권사를 제외하고 자산관리영업을 표방한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현재 밀어붙이고 있는 영업패턴은 진정한 자산관리라기보다는 각종 펀드 및 장외파생상품 등 금융상품 판매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이는 영업형태의 색깔만 빠꾼 것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도 중소형사들로서는 자산관리에 탄력을 받지 못한 채 체제정비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형사 한 지점장은”진정한 자산관리란 고객의 자산을 정확히 분석하고 하나하나 뜯고 해부해 어느 부분이 취약한지 찾아 최상의 처방을 내려주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일부 증권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자산관리는 진정한 자산관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지점장은 또 “채권이나 수익증권 판매영업은 예전에도 꾸준히 지속돼 왔던 영업형태인데 새삼스레 금융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자산관리라고 외치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라며 “이런 착각에 사로잡혀 브로커리지 영업전선에도 다소 차질을 빚고 있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 브로커리지도 중요한 시장 = 즉 자산관리영업은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리얼타임 수익을 위해서는 브로커리지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각이다.
중소형사 한 리테일 담당임원은 “자산관리가 앞으로의 대세인 건 확실하지만 아직까지 토대를 마련하지 못한 중소형사로서는 여기에만 사활을 건다는 건 무리”라며 “때문에 브로커리지에 보다 충실하면서 수익원 다변화라는 대승적 전략을 위해서는 기본부터 충실히 다지는 게 현명한 경영노선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브로커리지에 충실하자는 시각은 결코 과거로 돌아가자는 ‘패배주의’나 ‘복고주의’는 아니라고 이 임원은 못박았다.
중소형사 한 지점장도 “지난해 대우증권이 브로커리지에 무게중심을 둔다고 했을 때 업계에서는 복고주의에 사로잡혔다는 우려를 보였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금에 와서 대우를 판단해보면 자산관리영업의 토대가 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닦아놓은 결과를 만든 셈”이라고 평했다.
◆ 인재육성에 심혈 기울여야 = 또 브로커리지 영업에서 온라인거래가 한 때 70%를 웃돌며 선풍적인 유행을 이끌었지만 최근 1∼2년 전부터 60% 안팎에서 정체되고 있듯이 자산관리영업도 증권사 수익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비중에서 정체될 것이기 때문에 브로커리지도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이라는 시각이다. 때문에 자산관리영업에 대한 체제정비에도 버거운 중소형사들로서는 아직까지는 브로커리지에 무게중심을 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대형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네임밸류나 인적 자원 등이 취약한 중소형사들로서는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우수한 영업직원 양성일 것.
중소형사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브로커리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게 최선의 길”이라며 “브로커리지를 담당하는 직원이라고 해서 종목발굴이나 시황분석 등에 관한 단편적인 교육보다는 이를 기본으로 하되 부동산 세무 등 다방면에서 식견을 갖춰 고객들에게 전문성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중소형사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리서치 인력이 수익성이 높은 법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중소형사의 경우에는 법인고객이 극히 미약하기 때문에 지점영업에 포커스를 맞추는 전략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업계 일각의 목소리는 결국 리테일시장에서 전통적인 수익원인 브로커리지는 자산관리시장의 든든한 토대이며 버팀목이라는 논리라는 데 힘을 얻고 있다.
‘구관이 명관이다.’ 이 격언은 무조건 구관이 옳고 위대하다는 의미라기보다는 구관이란 신관들의 정신적 지주이며 든든한 토대이고 버팀목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재호 기자 kj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