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에는 지난 11월 옛 씨티은행 서울지점과 한미은행 통합 이후 간헐적으로 대두했던 반발 여론정도가 아니라 옛 한미 출신의 부점장과 노조가 동시에 투쟁기금을 모금하는 등의 구체적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6일 금융계와 씨티은행 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주 초부터 한미은행 출신과 씨티 서울지점 출신간에 다른 호칭 및 직급체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승진인사를 단행하려는 계획이 있는 것으로 일부 직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W, V급 등에 해당하는 상무, 전무, 지배인 등정원(T/O)의 20여명 승진인사가 대부분 씨티출신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알려져 논란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한미은행의 직급체계는 ‘1, 2, 3급……’으로 나뉘며 씨티은행은 ‘Z, Y, X, W, V, U……’순으로 이뤄졌다. 호칭은 한미은행의 경우 다른 국내은행들과 비슷한 반면 씨티은행은 ‘…부장-수석부장-지배인-상무-전무’ 등의 순으로 이뤄졌다.
현재 한국씨티은행의 외국인 임원들이 X급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도 씨티은행을 떠나 한미은행으로 옮길 당시 X급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한미은행의 1·2급 부점장 정도가 씨티은행의 W급 수준이며 기존 씨티은행의 상무, 전무급 정도로 조정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당초 이같은 승진인사를 4월초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현재 노조 등의 반발로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인사 편중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엔 기존 한미은행 출신의 이인호 부행장이 맡았던 Control 본부를 준법감시인이 함께 맡도록 했으며 준법감시인에 씨티출신의 임영빈 당시 대기업 리스크관리본부장을 임명한 바 있다.
그 결과 당시 한미은행 노조는 “1다운(최상위 임원그룹) 임원이 대부분 씨티출신으로 구성됨에 따라 2, 3다운까지 씨티출신 직원들로 채워지는 게 아니냐”며 반발한 바 있다.
실제 기업금융, 소비자금융, 자금시장, 여신·리스크관리그룹 등은 모두 씨티 출신의 외국인 임원들이 맡고 있으며 PB사업그룹도 씨티 출신의 박형근 그룹장이 맡고 있다. 경영지원그룹은 씨티출신이면서 출범 당시 한미은행 소속이었던 박진회닫기

이렇다 보니 금융계에서는 부점장 직급에 씨티 출신들이 발탁되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시각도 팽배하다.
한미 노조 이용하 수석부위원장은 “업무능력이나 경력이 감안되지 않고 단순히 영어를 통한 의사소통능력으로만 평가된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직급별 부점별 형평성에 맞는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한미 출신의 1·2급 부점장은 노조와 함께 연대하기로 했으며 각각 100만원 이상의 돈을 모아 투쟁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대해 은행 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발령이 난 것도 아닌데다 한미 출신에 대한 승진인사도 아직 없어 형평성 문제를 판단하기는 이른게 아니냐”고 반박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