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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론과 현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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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5-03-20 23:32

최동석 상임고문 교보생명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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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론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많은 사람들이 경영이론을 Business School의 학자들이나 Consulting Firm의 컨설턴트들이 만들어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모든 이론이 그렇듯이, 경영이론이 탄생하는 것도 역시 현실의 경영현상에서 출발한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경영현상을 관찰함으로써 이론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현실을 투명하게 이해했을 때, 올바른 이론구성이 가능하며, 투명한 이해를 바탕으로 주요 변수를 추출하여 그들간의 인과관계 또는 상관관계를 정리함으로써 실증적인 이론이 성립된다.

이론은 상상의 세계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 어떤 이론도 현실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에서 형성될 뿐이다. 우리가 아는 이론 중에서 현실과 괴리된 상상의 세계에서 출발한 이론은 없다. 그러므로 Business School이나 Consulting Firm은 현실을 벗어나 새롭고 독창적이고 선도적인 이론을 결코 만들어 낼 수 없다.

우리에게 새롭게 보이는 이론이라는 것도 탄생하는 과정을 보면 지극히 현실적인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Peter Drucker의 경우 1954년 “The Practice of Management”를 발표한 것도, 제목에서 보다시피, 경영의 실제를 말하고 있다. 오랫동안 GM과 AT&T와 같은 대기업들을 컨설팅하면서 경영현실을 관찰하여, 그때에는 일반적으로 유행하던 관리자의 철저한 명령통제에 의한 관리방식보다는 성과지향적이면서도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식인 Management by Objective & Self-Control의 기본적 개념체계, 즉 당시로서는 새로운 경영이론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우리에게 새롭게 보이고, 독창적이고도 선도적인 것처럼 보이는 모든 경영이론이 사실은 경영현실을 바라보는 학자들과 실무자들의 통찰력에서 이론화된 것 들이다. 사회과학에서는 이론이 항상 현실을 뒤따라 간다. 따라서, 우리의 현실을 환경변화에 적응해 갈 수 있도록 변화혁신을 촉진하는 “경영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은 경영진과 실무자들의 몫이라 할 수 있다. Business School의 학자들과 Consulting Firm의 Consultant들은 우리가 만들어낸 경영이론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publish할 수 있도록 정치화 (精緻化 fine tuning)하는 작업을 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경영이론을 탁상공론처럼 현실과 유리된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교육현실과도 직접 관계가 있다. 학교에서 잘못 가르치기 때문에 이론은 현실과 무관한 것으로 알게 되었다. 교수들이 대부분 미국의 현실에서 나온 이론을 외워서(즉, 이론이 나오게 된 미국적 현실의 실제적 배경은 이해하지 못한 채) 한국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론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때문에, 이론과 현실은 마치 다른 것처럼 알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요즘 시중에 유행하는 경영이론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Balanced Scorecard(BSC)라는 것이다. 스코어카드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계량화된 스코어로 보여줄 때, 성과를 창출할 강력한 동기가 부여되는 것은 사실이다. 스포츠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이유는 거기에 스코어보드가 있기 때문이다. 스코어가 뿜어내는 엄청난 생산력을 기업에 활용하려고 한 시도는 BSC가 처음은 아니지만, BSC가 유독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한 스코어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스코어들 사이에 균형을 잡았다고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코어는 어디까지나 스코어일 뿐이다. 성과지표는 영어의 Performance Indicator로서 성과를 나타내는 指標, 즉 성과를 가리키는 손가락일 뿐이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은 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쳐다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이 성과지표의 노예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새로운 개념은 기계장치와는 달리 쉽사리 치환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통 건축물들이 우리나라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면, 그 구조와 선, 그리고 기왓장 하나하나가 그냥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조상들의 지혜와 기막힌 역사적 맥락이 그 속에 서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시적인 건축물이 그러할진대 하물며 생각의 틀인 개념체계는 더욱 그러하지 않겠는가. 인간의 개념체계야말로 건축물보다 더 깊은 역사의 퇴적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론 애쉬케나스(Ron Ash kenas)나 제임스 챔피(James Champy) 등에 의하면, 새로운 경영이론 또는 경영기법에 의한 변화관리의 성공가능성이 25~33%수준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 성공해야 검증된 이론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BSC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복잡한 이론이나 시중에서 떠도는 기법이 아니라, 경영의 기본(Basic)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기본일까? 직무담당자들이 자신이 창출해야 하는 성과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이해하고, 그것에 대한 주체적 확신을 갖는 것이야말로 최우선 과제이며, 그 밖의 것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그러므로, BSC의 개념만을 교육시키면 성과주의가 실현되리라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성과지표를 통해 성과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우선해야 할 것은 성과가 무엇인지를 잘 이해하는 일이다. 성과지표를 통한 계량적 성과관리는 지금까지 실패했던 방식을 BSC라는 형식만 바꿔서 또다시 실험하는 것에 불과하다. 성과지표는 성과가 아니다.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일 뿐이다. 조직원들을 성과지표의 노예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다시 한 번 더 강조하거니와, 그들에게 먼저 자신이 창출해야 할 성과가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Management by Objective & Self-Control”이다. 이것은 이미 수십 년간 자본주의의 생산성이 공산주의의 생산성을 앞지르게 하였으며 수많은 학자와 실무자들이 경영현실에서 활용하여 그 효험이 입증된 것으로서 자본주의의 가장 기본이 되는 사상체계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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