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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결산 - 벤처캐피탈]‘힘들었던 한해, 내년이 더 두렵다’

한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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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4-12-29 20:21

내년 조합만기 도래…연쇄 폐업 우려
“벤처캐피탈에게 올해는 죽으라는 한 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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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의 관계자는 올 한해를 투자할 곳도 없고 펀드 결성도 힘들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투자해도 수익을 실현할 길이 없어 ‘돈 벌기’가 어느 때보다 어려웠다. 꽁꽁 얼어붙은 기업공개(IPO)시장, 이에 따른 수익실현 어려움 가중, 10여 개사를 빼놓고는 개점휴업 상태 등.

벤처기업과 중소기업 성장의 젖줄인 벤처캐피탈은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는 중환자나 다름없다. 그나마 간판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정도다.

막판에 쏟아진 PEF(프라이빗 에쿼티 펀드)제도 도입, 정부의 벤처활성화 지원대책 발표 등이 희망을 갖게 했다.

반면 담당기관은 부실창투사를 퇴출시키겠다며 엄격한 평가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벼르는 등 정부내에서도 손발이 맞지 않고 있다. 문제는 내년이다. 만기 도래하는 펀드가 100여개에 달해 제대로 수익을 분배하지 못할 경우 벤처캐피탈의 무더기 폐업이 불가피한 상태다.



◆ 수익실현 방법이 없다

벤처캐피탈의 수익실현방법으로 활용돼야 할 코스닥 IPO 시장의 부진이 심각하다.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IPO에 성공한 기업은 29개사에 총 3190억원에 불과, 70여건에 달했던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다.

초기단계에 있는 기업에 투자, 이들 기업을 코스닥시장에 공개해 차익을 실현하는 게 큰 수익원이었던 벤처캐피탈로서는 수익실현이 힘들어진 것이다.

실제 업계 대표적인 기업인 KTB네트워크 조차 IPO에 성공한 건수는 3건에 불과하다. 과거 2000년 당시만해도 KTB의 투자기업 등록건수가 23개에 달하며 호황을 느렸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2002년엔 16개, 2003년엔 9개만 IPO에 성공하는 등 감소세가 해가 거듭될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기술투자도 비슷한 상황. 올 들어 스포츠서울21, 엠텍비전 및 메가스터디 등 3개 투자 기업을 등록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스틱IT투자가 빛과전자 엠텍비전 등을 등록시키며 선전한 게 위안거리다.

업계 관계자는 “IPO에 5개 이상 성공한 회사가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KTIC나 무한투자 등은 개점휴업중이고 순수전업사는 아예 문을 닫아 버렸다”고 말했다.



◆ 내년 무더기 폐업 가능성

어려웠지만 올해를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펀드 만기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펀드해산에 따라 수익을 나눠주기 위해 현금을 구해야 하는 일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년 초부터 100여개에 달하는 펀드의 만기가 도래하기 시작한다. 현재 남아있는 110여개 펀드들이 벤처붐이 한창이던 지난 99년과 2000년에 결성된 것으로 만기 5년이 된 것이다.

이중 20~30개만 영업하고 있을 정도로 나머지는 거의 투자를 포기한 상태로 투자수익을 거뒀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펀드 해산시 주주들과 충돌이 예상된다. 주주들은 현금배당을 요구하고 돈이 없는 창투사들은 지급능력이 없기 때문에 현물배당을 주장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배당을 못하거나 펀드기간을 연장하는 데 실패한다면 해당 벤처캐피탈은 영업을 그만둬야 한다.



◆ PEF 준비 한창

지난 14일 사모투자전문회사(PEF)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사적인 방식인 대주주 또는 채권금융기관으로부터 주식을 매입하는 펀드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벤처투자는 물론 M&A, 기업구조조정, 바이아웃(Buy-Out) 및 부동산투자까지 거의 모든 것에 투자할 수 있다.

특히 국내 금융기관 가운데 PEF 투자경험이 가장 많은 곳이 벤처캐피탈이다.

PEF 투자중 바이아웃의 성공사례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팬택앤큐리텔도 KTB네트워크 등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PEF관련 부서를 신설할 계획이거나 실제 펀드설립을 위해 투자자와 접촉하는 등 물밑작업은 뜨거운 상황이다. 그러나 경험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최근의 예만해도 KGIF펀드 등 벤처캐피탈이나 CRC업계는 이미 비슷한 성격의 PEF를 운용하고 있을 정도로 펀드 설립과 운용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면서 “회사마다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PEF가 설립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벤처지원책 아쉽지만 ‘기대’

오는 30일부터 창업투자회사들도 경영지배를 목적으로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창업지원법시행규칙’이 개정됐다. 이로써 올해 벤처캐피탈 관련 지원책이 마무리 됐다. 특히 정부의 제2벤처붐 조성 의지에 따라 세제혜택과 투자확대를 위한 대책이 쏟아졌다.

의무출자비율 완화, 성과보수 제한 철폐 및 소득공제 확대 등 조특법상 세제혜택이 벤처캐피탈의 자금모집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벤처기업에 대한 보증확대, 심사기준의 미래가치 중심의 기술평가로 전환 등은 업계가 특히 환영하는 조치들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벤처캐피탈의 자본금 기준을 1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완화한 것은 자칫 부실 벤처캐피탈의 퇴출을 막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본잠식에 빠졌더라도 감자를 통해 자본금 기준을 맞추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전한 투자풍토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실 벤처캐피탈은 퇴출시켜 우량한 회사 위주로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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