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대우캐피탈은 최근 신한은행, 론스타, 서버러스, 연합캐피탈 등 주요 금융회사들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는 등 시장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대우캐피탈 강상윤사장은 “채권단과 인수자가 서로 원하는 방향에서 M&A작업이 원만히 진행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인수 주체가 외국계 펀드나 제2금융사가 아닌 국내 은행이 더 적합할 것 같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재무제표가 건실한 국내 시중은행이 인수할 경우 대우캐피탈이 좀 더 안정적인 경영기반 위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적합하지 않겠냐’는 게 강 사장의 시각인 듯 싶다. 일단 최근 지상 보도와 금융권 M&A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해볼 때 강상윤 사장의 이 같은 희망사항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 것으로 관측된다.
매각대상 주체인 대우캐피탈이 지난 올해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둔 데다가, 하나은행의 코오롱캐피탈 인수에서 자극받은 시중은행들이 방카슈랑스와 할부금융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수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주주인 캠코는 연말까지 매각작업을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대우캐피탈 지분의 42%를 보유한 캠코는 대우증권, 서울투신 등의 금융기관이 보유한 지분까지 확보, 총 지분 51%를 매각하기로 했다.
취임 1년만에 최고수익 ‘비금융맨 신화’일궈
뛰어난 경영수완 무장한 ‘금융구원 투수’평가
■ “우량 금융회사 인수가 최상” 희망
과거 대우그룹 부실의 상당수를 떠맡아 부실기관이라는 오명을 받고 매각절차를 밟고 있는 대우캐피탈이 어떻게 해서 할부금융 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수익을 거두었을까.
일단 강상윤 사장〈사진〉의 뛰어난 경영수완 능력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실 강 사장은 금융업계 출신이 아니다. 하지만 ㈜대우와 대우자동차판매를 거치면서 영업과 기획, 재무분야에서 탁월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특히 대우자동차판매 시절에는 영업 부문에서 줄곧 회사 내 선두를 유지했으며 재무와 기획을 맡은 후에는 회사정상화의 일등공신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실제 2000년 말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대우자동차판매를 1년 만인 2000년말 졸업 시킨 데도 강 사장의 탁월한 위기관리능력과 내실경영이 결정적이었다.
이후 2003년 초 대우캐피탈로 자리를 옮긴 강 사장은 그간의 경험을 살려 GM대우차는 물론 쌍용차와 수입차, 중고차 할부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했으며, 신규사업으로 리스 부문까지 도전해 지난 한해 업계 최고 수익을 실현했다.
실제로 지난 9월까지의 누계 영업수익(매출액)이 1679억원으로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은 각각 476억원, 236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36.6%, 1.5% 증가했다.
대우캐피탈은 그간 신차시장에서 GM대우차 점유율을 지난해 49%에서 올해 9월 54%로 5%포인트 올렸다.
쌍용차 점유율도 24%에서 38%로 크게 상승했다. 특히 현대, 삼성 등 비제휴사를 통해서도 100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영업확대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자동차리스 부문에서는 영업조직을 본사에서 지점으로 전진배치하고 전국으로 영업력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시장점유율이 4%에서 10%까지 높아졌다.
대우캐피탈은 포인트로 이용할 수 있는 회원제 포인트 까페 운영 등 체계적인 고객관리에 주력하는 한편, 권역별로 영업·채권관리 등을 통합하며 지역본부제를 신설하는 등 현장중심 경영에도 역점을 두고있다. 채권관리의 경우 해피콜, 크레딧 스크롤링 시스템 등 철저한 사전관리와 자체 신용회복 프로그램 등 사후관리를 접목한 성과가 나타나며 연체율이 지난해 12월보다 2.5%포인트 감소하는 효과를 얻었다. 대손상각비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3% 줄었다.
■ “내수시장 침체에도 최고수익”
하지만 이 같은 실적달성이 쉽지만은 않았다.
“할부사업과 리스사업이 잘 되고 있을 때도 신용불량자로 인한 연체율 증가로 밤잠을 제대로 못 잤다. 특히 내부적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경기부진과 LG카드 사태 등으로 연체율을 잡지 못할 때는 정말 괴로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어려움은 대우캐피탈 수익의 대부분이 일시적 영업외 수익이라는 점. 지난해 거둔 943억원의 수익 가운데 400억원 이상은 대손충당금 환입 및 예전 대우계열사 지분매각 이익 등 영업외 수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어려움도 이제는 많이 줄었다고 한다. 2분기 들어 연체율이 줄어든 데다 올 상반기 흑자도 대부분 영업이익에서 실현됐기 때문이다.
이런 경영수익 개선 등으로 한국신용평가와 한국신용정보에서 이 회사 기업어음신용등급을 지난해 A30에서 A3+로 한 등급 상향 조정했다.
그렇다면 강상윤 사장의 높은 경영성적이 나올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용출 되고 있는 것일까.
다소 생소하게 받아들여질지 몰라도 그것은 강 사장의 책상에서부터 감지된다. 강 사장 책상에는 결재할 서류가 없다. 어떤 문제 사항에 대해 실무자와 대화를 나눈 후 바로 신속한 결정을 내려주기 때문에 굳이 책상에 서류를 오랫동안 쌓아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신속하고 정확한 결정을 리더가 내려 실무자가 빨리 실행에 옮기게 해주는 스피드 경영이 대단히 중요하다. 투명 경영도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제가 처음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투명 경영을 강조했다. 한 명의 리더가 모든 직원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공통된 비전을 향해 함께 나아가려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경영을 투명하게 해야 가능하다.”고 강 사장은 강조했다.
이외에도 강 사장은 ‘시스템 혁신’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또한 성과중심의 조직문화 구축과 차세대 금융시스템 구축에도 강 사장은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강 사장은 차세대 금융시스템은 지난해부터 준비해 지난 1일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대우캐피탈이 차세대 금융 시스템 `N-FIS` 구축을 완료하고 1일 힐튼호텔에서 대우캐피탈과 프로젝트 수행사인 대우정보시스템, 컴포넌트 베이시스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가졌다.
대우캐피탈이 1년6개월에 걸쳐 구축한 `N-FIS`는 기간계 영업, 대출심사, 입금, 채권관리, 회계, 인사, 위험관리, 종합수익관리 등을 포함하는 종합 시스템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접속이 용이해졌으며, 여러 개의 시스템을 한 시스템으로 통합해 업무편의성이 대폭 증진됐다. 이에 따라 보다 빠르고 정확한 고객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동시에 세분화된 수익관리가 용이해져 업무 효율성 제고와 수익성 개선을 노릴 수 있게 됐다.
■ “차세대 금융 시스템 `N-FIS` 구축 완료”
대우캐피탈의 강점과 차별화에 대해선 이렇게 응축했다.
대우캐피탈은 제휴사와의 다년간 형성해온 유대관계와 전국적으로 분포된 강력한 영업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여기에 축적된 영업 및 채권관리 노하우도 빠뜨릴 수 없는 자랑거리다. 체계적인 CRM 시스템 구축 등도 차별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직원들 개개인이 워크아웃 동안 동고동락한 강한 동료의식 및 워크아웃 졸업을 향한 의지력과 근성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 정형화된 시스템에 승부근성까지 함께 갖추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강 사장은 경영에 있어 조직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회사를 움직이는 것이 인재라면 그 인재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줄 아는 능력도 리더에게 중요한 자질 중 하나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강 사장은 조직을 관리하는 것은 견고한 축대를 쌓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들려줬다.
조직이 제 진가를 발휘하려면 무난하고 평범한 사람보다는 다소간의 개성은 강해도 승부 근성이 강한 사람들이 제 역할을 할 때 가능하다. 이때 CEO를 포함한 중간 관리자들은 구성원 각각의 개성들을 잘 살리고 다듬어 튼튼한 축대를 쌓는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강상윤 사장은 국내 캐피탈업계의 판도 변화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향후 거대 외국자본의 유입으로 중소할부사의 생존이 위협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기 때문에 생존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금융회사간 구조조정 작업도 본격화 될 것이라는 것.
또한 시장에 독보적인 영역이 사라지고 점차 금융겸업화가 확대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화되고 차별화되는 고유의 영업영역 확보 및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엔진 보유가 생존의 필수라는 것.
강 사장은 대주주변경 후 여신 금융업계에서 리더로 거듭날 것을 자신했다.
최근 대우캐피탈의 최대 이슈는 단연코 매각이다. 대우캐피탈 매각 주간사인 안진회계법인-루터 어소시에잇코리아는 대우캐피탈 예비실사 최종 참가자로 신한은행과 론스타 등 4개 업체를 확정하는 등 매각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 강 사장은 “회사의 높은 가치만큼 제값을 받는 성공적인 매각이 이뤄지는 것이 최대 관건”이라고 들려줬다.
그러면서 강 사장은 매각이라는 표현대신 ‘대주주변경’이라는 용어를 쓰길 원한다. 그는 이런 대주주변경과 관련해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재 대우캐피탈이 갖고 있는 상품가치가 대단히 높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강 사장이 말하는 대주주변경과 관련한 문제가 해결되면 지금보다 더 좋은 여건에서 다양한 영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소비자금융 특히 여신금융업계를 주도하는 리더로 시장지위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 사장은 언급했다.
한때 풍랑 속에서 주인을 잃었던 대우캐피탈의 선장을 맡은 강 사장. 이제 풍랑을 헤치고 채권단의 보호를 벗어나 새롭게 둥지를 틀 항구를 찾길 기대해 본다.
■ “매각 표현대신 대주주변경 용어”
52년 생인 강상윤 사장은 지난 80년 고려대 농경제학을 졸업하고 대우자동차판매 본부장과 경영전략임원 등을 거쳐 지난 2003년에 현 대우캐피탈 사장에 취임했다. 특히 강 사장은 지난 2000년 말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대우자동차판매를 불과 1년 만인 2002년말에 졸업시키며 탁월한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불도저’와 ‘컴퓨터’라는 별명을 함께 가진 CEO다. 한번 하겠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선 강력한 승부 근성을 갖고 무섭게 추진해 나가기 때문이다. 대우자판에서 본부장으로 근무할 적에 전국 200개 지점 중 꼴찌를 달리던 지점을 1년 반 동안 1위를 달리는 지점으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그만큼 추진력에 대해서는 이미 정평이 나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강 사장은 웬만한 경영 관련 수치들은 거의 외우고 있을 정도로 컴퓨터 두뇌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줄탁동기(卒啄同機)’. 대우캐피탈 강상윤 사장과 인터뷰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바로 이 단어다. 여기서 줄은 알속의 병아리가 충분히 자라 알 안에서 그 껍질을 톡톡 쳐서 어미 닭에게 알려 주는 것을, 탁은 어미 닭이 그 소리를 듣고 밖에서 마주 쪼아 껍질을 깨뜨려 병아리가 밖으로 나오게 도와주는 것을 뜻한다. 말하자면 알 안에서 쪼아대는 줄의 시간과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알을 깨트리는 탁의 시간이 일치해야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세상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원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남다른 선견지명과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추진력 등을 발휘하며 진정한 ‘탁’을 발휘하는 리더의 역할도 매우 크다. 그런 의미에서 강상윤 사장은 대우캐피탈을 최상의 회사로 만들기 위한 ‘탁’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 CEO임에 틀림없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