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최근 검토중인 공시감독제도 개정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공시항목 축소가 ‘공시강화’라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하는 반면 일각에선 불필요한 공시를 없애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감독당국은 공시제도 관련, 기존의 도표식 기재를 서술식으로 전환하고 부속명세서에 기재하고 있는 제조원가, 예금, 장단기 차입금 명세서 등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금감원 공시감독국 최규윤 부국장은 “증권 집단소송제 시행 등 금융환경의 변화에 따라 도표식의 기재방식을 서술식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투자자들의 이용률이 떨어지면서 기업으로서 부담으로 작용하는 제조원가 명세서, 채무·채권 명세서, 예금명세서 등의 부속 항목을 삭제하는 안에 대해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올초부터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증권집단소송제 일정에 맞춰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공시제도의 개정은 IT, BT, 금융업종의 경우 도표식 기재방식이 한계점에 도달했고 특히 한 기업이 한 가지 업종에 치중하지 않고 여러 업종을 다루는 환경에 맞춰 모든 영역을 포괄하기 위한 차원에서 도입이 추진돼 왔다.
금감원 태스크포스팀 한 관계자는 “도표식에서 서술식으로 바뀌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며 줄어드는 부속명세서 항목의 경우 주석란 등에 기재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현행 도표식에서 누락되던 것을 서술식으로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연내 확정해 내년부터 시행하려던 공시제도 개정안에 대해 아직까지 최근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업계 기업분석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 및 기업분석가 등 전문가들의 시각은 상반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을 담당하는 대형 생보사 연구원은 “증권 집단소송제로 인해 기업의 공시항목을 줄인다면 시장에 공개되는 기업정보가 제한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기업에 대한 정밀 분석이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기업의 기밀사항에 대한 공시의무 폐지와 수시공시항목 축소 전망에 대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금융기관에서 기업심사를 담당하는 전문가들은 시장에 영향력이 있는 운용사 및 계열사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기업정보의 접근능력을 높이려는 전략을 모색하는 등 변화에 대한 생존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대우증권 구용욱 애널리스트는 “자세히 안보는 사람은 상관없겠지만 긴급한 상황에서 정확한 분석이 요구되는 전문가들에겐 치명적일 것”이라며 “예컨대 지난해 SK네트웍스 사태의 경우에도 금융기관 입장에선 그쪽의 채무상황을 긴급히 파악해야 하는데 만일 이번 개정에서 이 같은 공시항목이 빠질 경우 신속한 분석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SK 경영경제연구소 왕윤종 상무는 “예컨대 제조원가 명세서를 공개하는 것은 자본주의 경쟁체제에서 맞지 않다”며 “기업기밀에 해당하는 항목에 대한 미공시 등 불필요한 공시를 줄일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증권집단소송제 시행에 따라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 등록기업 79개사는 내년 1월 1일부터, 자산규모 2조원 미만 기업은 2007년 1월 1일부터 바뀌게 될 공시항목에 대한 적용을 받게 된다.
홍승훈 기자 hoo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