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할부금융사인 미국의 GE소비자금융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캐피탈과 손을 잡고, 세계 최대 기업인 GM계열의 할부금융사인 GMAC캐피탈은 삼성카드와 연합해서, 국내 할부금융시장을 놓고 한판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하나은행이 중소형 할부금융사인 코오롱캐피탈을 인수, 할부금융시장에 진출한다.
이처럼 다국적 외국 기업과 거대 시중은행이 할부금융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제휴선을 찾지 못한 대우, 쌍용 등 이른바 ‘마이너‘ 할부금융사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 외국계사 한국 상륙한 이유는
그렇다면 외국계 할부금융사가 국내 시장의 진출을 서두르는 이유는 뭘까. 다소 의견이 엇갈리지만 우선 전문가들은 아시아에서 국내 시장의 성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쌍용캐피탈 이상준 대표이사는 “외국계 할부금융사는 한국의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향후 경쟁구도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지금까지는 일반적으로 국산차는 토종 할부금융사에서, 수입차들은 외국계 할부금융사나 은행에서 할부금융 영업을 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종전의 영역구분이 허물어져 가는 분위기다.
국내 업체들도 그동안 주력해온 소비자 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위기의 돌파구를 자동차 할부금융시장 확대로 찾게 되면서 좀더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상반기 실적만 살펴봐도 이런 분위기는 쉽게 읽혀진다.
하지만 토종 할부금융사의 수성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GMAC와 GE캐피탈 등의 외국계가 세계 시장을 장악했던 경영노하우를 공격적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외국계의 대대적인 선진 신용평가시스템과 초금리 상품, 다앙한 금융상품 등은 토종사가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토종사들이 외국계 할부금융사들의 본격적인 진출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다.
게다가 일본업체의 자동차 할부금융시장 진출 소식에 토종사는 더욱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국도요타자동차는 올초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의 진출을 검토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국자동차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는 추세로, 특히 일본자동차의 선호도가 매우 높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車할부 전체 실적 90%이상 점유 등 편중 심각
다국적 기업 진출로 중소형사 ‘경쟁력 상실’ 우려
◆ 자동차 할부금융만 있다
지난 1997년 10조원대에 이르던 할부금융시장이 경기침체로 인해 1998년에는 4조원대로 약 58.9%의 급격한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후 자동차할부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여 2002년에는 16조원을 상회했으나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최근 취급실적 감소 추세의 주 요인은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소비심리의 급속한 위축 때문이다.
우선 할부금융의 사업 영역은 크게 보아 내구재와 주택, 기계, 기타로 나눠지며 내구재는 다시 자동차와 가전, 기타 내구재로 나눠진다.
2003년 약 11조1500억원 규모에 달하는 할부금융 취급규모 중 내국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5.0%에 달하고 있다. 이중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90.1%에 달하고 있어 할부금융산업에서 내구재, 특히 자동차 사업 영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97년도에 자동차 할부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9%였으나 점차 증가해 2003년도에는 90%를 상회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및 가전의 경우에는 1997년에 각각 25.3%와 14.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할부금융 상품의 경쟁력 상실 및 신용카드 할부의 활성화로 인해 점차 그 실적이 급격히 감소하여 2003년에는 각각 0.4%와 0.7%로 그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어 할부시장 자체가 상실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한 실정이다.
◆ 현안과 문제점은
2003년말 기준으로 31개 할부금융 등록사 중 상위 5개사의 대형할부사가 전체 할부금융 취급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1.1%이고, 나머지 27개사가 6.4%를 차지하고 있다.
할부금융 잔액 기준으로도 상위 5개 대형할부사의 비중이 85.2%를 차지하고 있어, 할부금융등록 회사들이 규모의 편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할부금융시장은 취급 대형사 주도의 시장이 형성되는 가운데 소형사 및 주택 기계할부금융사들은 연관산업 침체와 은행권과의 경쟁 열위, 그리고 자금력 열세로 영업력이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즉 일부 할부금융사를 제외하고는 성장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결국 특화된 할부금융상품이 없거나 다른 영업분야가 없는 할부금융사의 경우에 할부금융업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여기에는 할부금융 활성화를 위한 정책당국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거나 회사 스스로가 생존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만 한다는 것.
◆ 할부금융사 할부금융을 외면(?)
2003년말 기준 18개 할부금융사의 할부금융자산의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8년말 43.1%에서 2003년말 26.0%로 크게 하락한 반면, 일반가계여신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표 참조>
이와 같은 현상은 할부금융 대상업종의 실물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은행에 비해 영업상 규제가 완화되어 있는 업종특성을 이용하여 대형 할부금융사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확대전략을 따른 데 기인 한다.
최근에는 경기회복지연, 신용불량자의 증가 등으로 인해 가계대출마저도 거의 중단한 상태여서 할부금융사의 경우 새로운 영업전략을 수립해야 할 필요가 대두되고 있다.
시장규모 및 특성을 보면 고유의 할부금융시장 중 기존 전자내구재 시장은 신용카드사의 카드할부에, 주택할부시장은 은행권에 급속히 잠식당하고 있어 할부금융사의 본질적 주력업 영위만으로는 시장규모가 적어 회사존립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용카드업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인 세제혜택 및 영수증 복권제 시행, 카드가맹점 확대 등의 카드사용 권장과 신용카드 상용의 간편성과 편리성 등으로 인해 전자 내구재 등 소액 할부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
2002년 기준으로 할부금융실적이 전년대비 26.2% 증가한 반면 신용카드할부는 54.6%의 성장세를 시현하였으며, 2003년에는 불황으로 인한 소비지출 감소로 인해 약 31% 정도 감소했다.
그러나 신용카드할부 대비 할부금융 비중 추이에서 보듯이, 1997년 72.8%에서 2003년 22.1%로까지 점차 감소되어 신용카드 할부가 일부 특정 품목을 제외하고는 거의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할부금융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나, 그 대부분은 신용카드할부 부문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할부금융 부문에 있어서는 1996년 이후부터 외환위기가 초래되기 전까지는 대부분 할부금융사가 주택할부에 역량을 집중하여 활발한 영업을 전개하였으나, 외환위기 이후 조달금리의 상승으로 대다수 할부금융사가 경쟁력을 상실하고 주택할부시장에서 퇴출된 반면, 은행권에서는 기업대출을 지양하고 비교적 리스크가 적은 주택할부 시장에 낮은 조달금리를 가지고 적극적인 영업을 전개하는 현상을 보임에 따라 할부금융사의 주택할부 고유시장을 완전 잠식한 상태다.
◆ 중소형 할부금융사 설 자리가 없다
1997년말 31개에 달하던 할부금융 등록사가 피합병이나 등록취소 등으로 23개사 감소하고 6개사가 신규 등록해 지난 6월말 기준으로 14개사가 영업중이며, 할부금융업을 겸하고 있는 여신금융사를 포함할 경우 등록사는 28개사이다. <표 참조>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만 자동차 할부금융 등록을 반납한 곳이 4개사나 된다. 자본조달에 뒤쳐지거나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지 못하면 도태되는 추세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이런 결과는 올초부터 외국계 할부금융사들의 진출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욱 중소 할부금융회사가 경쟁력에서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양쪽의 치열한 경쟁이 국내 자동차시장을 불량채권을 양산하는 장으로 몰아가 국내 금융시장을 위축시킬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자동차시장의 소비까지 감소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자금조달이 유리한 토종업체와 선진금융기법이 뛰어난 외국업체의 경쟁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건전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 활성화대책 시급
할부금융시장 종사자들은 할부금융도 신용카드와 마찬가지로 세제혜택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일한 할부금융 상품이라도 취급사에 따라 세제혜택이 달라진다는 것은 정책지원 형평성에도 크게 어긋났다는 것.
또한 할부금융업은 그 성격상 신용카드업과 불리해 별도의 업종으로 이를 취급할 당위성이 미약하고 신용카드업이 대금결제수단외에 금융창출의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일정 자격을 갖춘 할부금융업자가 신용카드업을 동시에 영위할 수 있도록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높다.
<총자산 및 할부금융자산>
(단위 : 억원)
주 : 할부금융 전업사 업무보고서 기준 (자료 : 여신금융협회)
<할부금융업 등록 여신금융사>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