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모들은 자녀가 학교갈 때 “친구들과 잘 지내야 한다”라고 하고, 독일에서는 “교통법규나 학칙등을 잘 지켜라”라고 하며, 일본 부모들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라”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공부 열심히 해라”가 90%이상 일것이다.
나라마다 처한 환경과 역사가 틀리므로 어떤 나라는 사회성을, 어떤 나라는 준법성을 강조하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지만, 특이한 것은 일본이다.
일본 부모들이 자녀들과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중의 하나가 “시쯔레 타카라(실례가 되므로…)”라는 것인데 이 역시 일본인들의 엄격한 자녀 육성관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자라나는 자녀에게 어떠한 가치관을 심어줄 것인가는 참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그 해답으로서 남에게 폐를 끼치며 사는 것이 가장 나쁘다라는 생각을 가진 일본인을 어떤 면에서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나는 가끔 엘리베이터 안이나 지하철, 백화점 등에서 인내의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함부로 구는 아이들을 태연히 바라보는 (젊은) 부모들.
어쩌다 야단이라도 칠라치면 무섭게 노려보는 얼굴사이로 분노와 함께 우리사회의 미래에 대한 절망을 느낀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에 대한 불감증이 우리사회를 얼마나 멍들게 하는지, 그것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 온다는 것을 저들은 왜 모를까?
카드대란도 마찬가지. 정책운영상의 오류나 카드회사의 잘못도 적지 않을 것이고, 또 불가피하게 빚을 못갚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신용은 자기자신이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책임의식,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사회의식의 결여도 중요한 몫을 차지하였다고 본다.
실제로 카드회사에 가보면 우리 국민중에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업(業)으로 삼는 듯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오죽 했으면 혹자는 카드사업을 “사기꾼과의 전쟁”이라고 표현했을까.
도둑 한명을 경찰 열명이 못잡는다는 말처럼, 의식이 황폐화 된 것을 제도나 규제로 다스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또, 요즘 국내경제의 화두 중 하나로 부상한 反기업정서라는 것이 있다.
이와 관련된 조사를 보면 특히 젊은세대 가운데 기업의 존립목적이 이윤추구에 있다고 대답한 사람이 매우 적다. 놀라울 따름이다.
본인이 여지껏 배워온 바로는 기업경영의 본질은 흑자를 내서 국가에 세금을 내고, 돈을 투자한 주주들에게 최소한의 배당을 보장하며, 종업원에게는 정당한 댓가의 지불과 함께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 전부이다.
이것이 기업이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는 방법이다.
돈을 많이 벌어서 더많은 고용창출을 할 수 있으면 그때부터는 애국의 경지로 들어서는 것이다.
자신이 기업을 하면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서 한다고 말하면서도, 남이 하면 기업의 본질이 이윤추구에 있지 않다고 말하는 인식과 정서는 과연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은 반드시 물리적인 행동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어찌보면 말로써 또는 정신적으로 끼치는 피해가 훨씬 심각하다.
특히 잘못된 인식을 바탕으로 별다른 죄의식 없이 이루어지는 폐끼치기는 치유조차 쉽지 않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사회 혼란상을 접하며,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진정 필요한 일은 동북아 금융허브나 신성장동력의 확보가 아니라, 국민 각자가 자신이 속한 직장과 사회에서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삶을 살겠다는 소박한 의지의 재확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