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는 투자유가증권 처분익에 관련된 부분은 모두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평가손익은 투자유가증권의 취득가액과 당해연도말 공정가액의 차액(B/S)으로 규정하되, 배분기준은 현행 평가연도 "총손익"기준에서 "해당연도 평균 책임준비금" 기준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 유·무배당보험 자산을 구분하는 "구분계리"를 위해 당장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개선안을 마련하고 이르면 2005회계연도말인 2006년 6월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금감위는 "이같은 결정은 당초 금감위 주도 개선작업반의 제안에서 후퇴한 것이 아니며, 차라리 모든 논란의 근본 해결책인 구분계리를 빨리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봤기 때문에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투자유가증권 회계처리 규정을 바꾸게 되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되는 곳은 삼성생명이다. 다른 중소형 보험사나 외국계보험사들의 경우에는 본래 유배당 상품이 거의 없거나, 유가증권 투자평가익 처분익이 모두 미미한 수준이라 영향이 적다.
당초 금감위는 "근본적으로는 구분계리가 맞지만, 그것은 법개정이 필요하고 또 무척 복잡한 작업이므로 장기과제로 추진하면서 그 전에 잘못된 보험회계의 부분교정을 위해 처분익과 평가익의 산정기준을 일원화하고 평가익 배분비율을 누적책임준비금 기준으로 바꾸겠다"는 입장이었다.
여기서 갑작스레 선회하게 된 배경에 대해 금감위 측은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근본처방 일정을 당겨 추진하기로 했으니 오히려 더 급진적인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지만 당장 현실적인 관점에서 의결 내용은 개선작업반의 안보다 크게 완화됐다는게 중론이다. 금감위 주도 개선작업반의 안에 맹렬히 반대해 왔던 삼성생명이나 보험학회 등이 이날 금감위 결정에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번 생보 회계개선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가 `삼성의 판정승`으로 귀결됐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감위가 이처럼 입장을 뒤집게 된 데는 `논리적 모순이 있다`는 업계의 지적이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개선안의 요체였던 `누적식` 책임준비금 배분비율 채택을 강행하고, 이후 구분계리까지 하게되면 위헌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지적이 상당했다는 것이다.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결과론적으로는 `보험회계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던 약 100일 전,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출발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됐다.
물론 금감위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즉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구분계리에 대해서도 보험업계의 반대가 심해 앞으로 순탄치 않은 과정이 예상된다.
한편 그동안 금감위가 추진해 온 보험회계 개선방향에 지지하는 입장이던 시민단체는 실망이 크다는 반응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박근용 팀장은 "앞으로 금감위가 풀어야 할 숙제중에는 삼성측이 회계규정 변경 못잖게 강경 반대하고 있는 에버랜드 지주사 문제나, 삼성카드의 금산법 위반 문제도 있다"면서 "이번 회계규정 변경 과정과 결과를 보니 이 두 문제 역시 원칙대로 처리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씻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보험학회 세미나에서 정부안에 문제를 제기했던 연세대 김정동 교수는 "무리없는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또 삼성생명은 "금감위 결정에 아쉬움이 남지만 존중한다"면서 "유가증권 평가이익은 미실현이익이라 자본계정만으로 조정하는 것이 국제적 회계관례인데도 불구, 평가익배분에 대해 별도 기준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평가익과 처분익 기준을 일치시키는 것은 현행보다 개선된 결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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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