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 증권담당 애널리스트는 “앞서 합병한 굿모닝신한의 경우 기대와는 달리 시너지가 없었다”며 “은행이 헤게모니를 넓혀가는 상황에서 증권사 합병 시너지가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3개월 전 주식시장이 좋았을 때와는 달리 장이 좋지 않은 최근, 매각가로 인해 협상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특히 미국의 골드만삭스 등 대형 투자은행이 지난 10년간 크게 성장한 것은 미국경제가 그만큼 뒷받침됐다는 사실을 숙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B사 증권담당 애널리스트는 은행으로선 증권사 인수효과가 적은데 반해 증권사로선 지주회사 편입이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증권사로선 은행이 대주주가 되면 은행의 기업고객들과 연계할 수 있는 장점, 국제 신용도 상승효과, 자금조달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반면 은행측은 증권사의 상품운용능력과 은행 판매망을 통한 상품판매 등 자산관리영업에 긍정적이지만 고객 수준 한계로 인해 이에 대한 시너지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업계는 LG의 기업금융 전문가 이탈, LG계열사 지원 불투명, LG브랜드 사용료 지급 의무 등을 이유로 최근 LG증권의 강점이 점점 퇴색하는 것이 우리금융으로 하여금 발을 빼게 하는 이유가 아니겠냐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LG 등 일각에선 “이는 가격을 대폭 낮추기 위한 술책”이라며 “국민 하나가 한투나 대투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우리금융이 앉아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수익증권 시장은 판매망 확보를 통해 은행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출혈경쟁을 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시각과 우리금융의 태생적 한계를 이유로 들며 정부 의도대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 우리금융, IB독자운영설도 = 만일 우리금융이 LG를 인수할 경우 우리증권과의 합병보단 독자적으로 운영하면서 시장상황을 볼 것이란 견해도 힘을 얻고 있다.
우리금융의 리테일과 LG의 인수주선, 기업분석 등 IB 기능을 합치면 시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LG는 회사채발행, IPO상장 등 전통적인 IB 외에 기업 니즈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컨설팅 부문이 강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11일 주총을 마친 우리증권의 한 관계자도 “우리와 LG 양측 노조를 포함, 우리금융으로선 LG를 인수해서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적당히 상황을 봐서 다시 산은에 넘겨 대우증권과 합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금융이 우리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합치면서 향후 우리증권에 대한 지원을 담보했기 때문에 LG를 인수하더라도 우리증권과의 합병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닐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한·대투 실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도 실사를 나온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가 기업금융 등 IB부문을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전해져 IB독자운영설 가능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 산은의 딜레마 = 여기서 정부의 의도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이와 관련 현재 산은은 정부의 정책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향후 업계 구도를 예상하지 못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LG카드 채권단에서 3500억원 이상의 차익 실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지만 1차 실사를 통해 선정된 우리금융과 유안타의 인수 제안가격은 한참 못미치는 수준. 금융계 한 소식통은 “산은의 인수희망가격은 주당 22000원선에서 책정된 것으로 안다”며 “산은이 생각하고 있는 프리미엄에 대한 의견조율로 인해 예정보다 MOU가 늦어지는 것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한편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지난달 14일 LG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우리금융과 유안타증권의 인수가는 유안타가 높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복수후보가 된 이상 협상력 문제로 인해 가격에 대해선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매각가와 관련한 채권단의 결정은 모든 실사가 끝난 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승훈 기자 hoo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