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차등요율제 도입과 관련해 현행 예금자 보호법에 규정된 차등 보험료 정보의 누설 및 공개 금지의무를 폐지키로 결정했다.
이에 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에서도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정부의 보험료율 차등화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 불합리한 현행 보험료율
현행 예보법과 시행령은 해당 기관의 위험도와 무관하게 금융업종별로 나눠 은행이 부보대상 연평균 예금 잔액의 0.1%, 증권은 0.2%, 보험·종금·저축은행은 0.3%씩의 예보료를 받고 있다.
일괄적인 업권별 요율적용에 대해 타업권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료율을 적용받고 있는 제2금융권은 현행요율체계가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보험료율의 경우 위험도와 손해율을 따져 결정되는 것이 기본인데 업권별로 일괄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결국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은행 편애와 동일하다는 주장이다.
금융기관의 손해율이란 결국 공적자금의 투입여부로 결정되는데 2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공적자금을 투입받은 은행의 보험요율이 0.1%로 가장 낮다는 것은 현행 제도가 얼마나 불합리한지를 보여주는 척도라는 것이 제2금융권의 주장이다.
또한 업권별 보험료율의 편차가 너무 크다는 주장이다. 해외의 경우 차등 예금보험료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그 편차는 매우 작다.
이는 제도 자체가 금융업계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2금융 관계자는 “금융사별 리스크와는 상관없이 업권별로 보험료율을 일괄적으로 차등화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약자인 2금융권 죽이기”라며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요율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차등요율 공개시 불이익 뻔해
차등요율 시행과 동시에 금융사들의 위험도가 공개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제2금융권에선 차등요율 평가 기준에 따라 금융시장의 혼란이 우려된다고 경고한다.
특히 이러한 혼란속에 타격을 받는 것은 시중은행보다 2금융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하는 분위기다.
이미 시중은행의 경우 IMF이후 투입된 공적자금을 이용, 건전성 확보에 주력하며 경쟁력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에 비해 저축은행은 공적자금을 모두 예금대지급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2금융권은 본질적으로 위험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타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서민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서민금융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다보면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선 서민지원을 줄여야 하는데 리스크 관리와 서민지원 중 무엇을 택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차등요율 공개는 예금보험공사에게 전체 금융업계를 좌지우지할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실상 모든 금융기관이 만족할 만한 차등요율 평가기준 마련은 불가능하다”며 “어떤 평가기준을 도입하느냐에 따라 금융사들의 위험도가 천차만별로 변하는 상황에서 예보가 이를 담당하는 것은 ‘예보의 영향력 키우기’로 밖에 볼수 없다”고 말했다.
■ 예금보험 강제성이 가장 큰 문제
예금보험을 둘러싼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강제보험이라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예금보험은 임의보험이다.
미가입 금융사는 이를 고객들에게 공지하고 고객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마디로 모든 것이 고객들의 선택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건전성에 관계없이 예금보험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시장경쟁체제에서 일괄적으로 고객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지난친 간섭이라는 주장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예금보험의 강제성이 모든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계기”라며 “금융사들이 개별적인 판단아래 가입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된다”고 말했다.
안영훈 기자 anpres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