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일임형랩 계좌가 대부분 주식 비중이 70% 이상인 데다 1억원 미만 계좌가 70%에 이르는 등 안전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12일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지수가 크게 빠지면서 대부분 계좌들이 큰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라며 “특히 4월 이후 지수가 900선대에서 가입한 개인고객들의 경우 손실이 더욱 크며 일부 고객들의 경우 환매를 요청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증권사들은 수익률 공개를 꺼려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일임형랩의 경우 대부분 소액계좌이기 때문에 안전장치라고 해봐야 모델포트폴리오를 통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KOSPI와 대비해 상회하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고객들의 계좌는 대부분 많게는 90% 가량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이에 따라 주가가 크게 빠질 경우 손실을 피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리스크를 헷지하기 위해 선물·옵션 등에 분산 투자하려면 10억원 정도는 돼야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개인고객 계좌의 경우 70% 이상이 1억원 이하이기 때문에 사실상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는 방법은 모델포트폴리오로 종목선정을 잘해 KOSPI 대비 아웃퍼폼(Outpe rform)하는 것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일임형랩 상품의 경우 주식 비중이 높은 상품보다 지수 하락에 대해 영향이 적은 게 사실이지만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는 상품구조를 갖춘 건 아니라는 것.
이와 함께 일임형랩 계좌는 모두 개별주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상황에 적극 대응하기가 어려워 주가 하락기에는 손실을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때문에 안전한 자산관리라는 각종 홍보문구를 앞세운 일임형랩이 지수등락에 크게 좌지우지되며 수익률이 불안정한 구조로 전락, 결국 고객들을 기만하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선을 보인 일임형랩은 그동안 주식시장의 상승세와 맞물려 순항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금처럼 주가가 크게 빠졌을 경우에는 손실이 고객들에게 그대로 전가되는 리스크를 갖고 있는 상품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집합주문’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집합주문이 허용된다면 선물·옵션에 분산 투자해 리스크를 헷지할 수도 있으며 시장 움직임에 적극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업계 관계자는 “일임형랩의 경우 단기적으로 투자해 고수익을 내는 상품이 아니고 장기적인 투자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상품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주가가 크게 빠졌다고 해서 동요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와 함께 일임형랩도 ‘집합주문’을 허용해 시장대응이나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j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