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투자 따른 비효율 증대와 정보공유 제한
서울보증·LG카드·우리은행 등 진출 가시화
대형금융사들이 CB(크레딧 뷰로)사업 진출의향을 속속 밝히면서 국내 CB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들 대형금융사들의 CB진출이 시장경쟁을 유도하기 보다는 CB사업 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대형금융사 CB진출 가시화
국내에 CB사업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지난 2002년 초. 처음 CB사업에 진출한 한국신용평가정보와 한국신용정보는 그동안 개별 금융회사의 참여를 토대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기본 전산설비를 구축, 현재 단계별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은행연합회는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으로서 기존 불량정보 위주로 신용정보를 집중하는 방식에서 정보범위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LG카드, 서울보증보험,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 대형금융사들의 CB사업 진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LG카드 박해춘 사장은 취임 직후 CB 진출의사를 밝힌 뒤 기존 업체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등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서울보증보험 정기홍 신임 사장도 새로운 수익원 마련차원에서 CB진출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미 지난 2001년부터 독자적인 CB구축을 추진하다 무산된 국민은행도 자체 보유정보를 기반으로 타 금융기관을 컨소시엄에 가입시키는 구축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우리은행도 주진영 상무를 중심으로 CB진출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이들 금융기관들이 이미 CB진출을 검토했다 무산된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단독진출보다는 지분출자를 통한 자회사설립 등을 통해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금융사들 외에도 최근 개인신용정보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증대로 많은 금융기관들이 자체 CB 설립 검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금융사 CB진출 문제점
대형금융사들의 CB진출이 가시화되면서 문제점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예상되는 문제점은 크게 5가지. 국민들의 추가부담 유발, 정부정책 역행, 신용정보관리의 공정성·중립성 문제, 시장경제원리의 효율성 문제, 정보공유 범위의 제한성 문제 등이 그것이다.
현재 CB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LG카드, 우리은행, 서울보증보험의 경우 막대한 규모의 공적자금 또는 금융지원을 바탕으로 구조조정 중이다.
이들 기관들이 CB사업에 신규로 진출하기 위해선 상당한 초기 투자비용이 들어갈뿐더러 일정수준까지 지속적인 투자비용이 소요된다.
결국 특정회사의 경영실패에 따른 고통분담비용을 국민들에게 추가로 전가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정부의 신용정보 인프라의 조기구축 및 정보공개·공유 확대를 통한 시장기능 제고라는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만약 이들 금융사들이 CB사업에 신규진출할 경우 신규 CB사업 설립, 인허가, 전산설비투자, 정보집중 등에 상당기간이 소요되는데, 이는 신용정보 인프라의 조기구축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규 진출로 인한 개인정보의 분산은 정보공유 확대라는 기본 원칙에 반하게 될 소지가 농후하다.
신용정보관리를 금융사가 담당한다는 점 역시 공정성, 중립성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
특히 공익성을 가진 CB사업에서 은행과 같은 신용정보이용자가 CB사업자가 될 경우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에 반하는 영업행위를 할 수 있다.
또한 CB운영의 주체가 대량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금융회사 중심으로 구성될 경우, 정보가 곧 영업이 되는 특정 이해집단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신용정보관리의 주체가 동시에 신용정보이용자가 되는 이중적 지위에 놓인다면, 이해관계 상충에 따라 모럴해저드를 유발할 개연성이 높아지게 된다.
시장경제 측면에서도 과당경쟁으로 인해 중복투자에 따른 비효율 문제를 불러올수 있다.
미국에서도 초기 금융기관들이 독자적으로 CB사업에 진출했으나 상이한 업무영역과 중복투자로 인한 비효율성 문제로 CB사업을 민간에 이양한 바 있다.
또한 미국과 달리 신용정보의 마케팅 목적활용이 제한된 국내에선 신용정보회사의 과도한 난립으로 CB사업자들의 열악한 수익구조의 장기 고착화가 예상된다.
대형금융사의 CB진출은 정보예속화를 우려하는 경쟁 금융사의 정보제공 기피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실례로 국민은행도 과거 CB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형 금융사에서조차 정보제공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결국 사업추진을 철회했다.
■ 금융사 CB진출보다는 지원 바람직
이런 실정을 종합해 볼때 금융사들이 CB사업에 신규로 진출하기 보다는 신용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CB가 가장 활성화됐다는 미국의 경우, 씨티은행과 같이 대규모의 고객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사도 직접 CB사업을 영위하기 보다는 전문업체에 정보를 제공·활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CB사업 추진을 위한 필요자원 및 기술획득을 위해선 민간 신용정보회사 중심의 컨소시엄 형성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1년 은행연합회에서 회원사 실무자로 구성한 T/F팀에서도 민간 신용정보회사가 중심이 돼 금융기관과 컨소시엄을 형성하고 여기에 정부 및 공공기관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로 CB가 추진돼야 한다고 밝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CB에 진출할 경우 정보의 객관성도 떨어질뿐더러 난립으로 인해 CB사업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영훈 기자 anpres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