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출범예정인 배드뱅크에 저축은행의 참여가 불투명한 가운데 참여여부에 상관없이 저축은행업계의 손실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재경부에선 아직까지 저축은행의 배드뱅크 참여를 유도할만한 정책지원이 나오지 않아 향후 배드뱅크를 둘러싼 저축은행업계의 진통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저축은행업계는 65만명의 약 2조원에 가까운 소액대출 연체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소액대출연체채권 외에도 그동안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른 NPL(부실채권)의 경우 총 2조8000억원의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업계가 배드뱅크 불참시 5조원에 육박하는 연체채권이 빠지게 돼 ‘반쪽’ 배드뱅크로 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렇게되면 저축은행은 공적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신용불량자 해소라는 정부시책에 반하게 돼 정부의 눈총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배드뱅크에 참여할 경우 당장에 대손충담금 3200여억원을 추가로 적립해야 돼 큰 손실이 예상된다.
대손상각에 따른 손실 외에도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2조8000억원의 NPL. 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NPL이 배드뱅크로 넘어가게 되면 저축은행업계는 수익원 창출수단을 잃어버리게 됨은 물론 NPL 매입단가와 배드뱅크 출자평가액(10%)의 차이로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동안 한국·진흥, 솔로몬,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NPL매입으로 인해 수익창출 효과를 봐왔다.
한국·진흥저축은행은 2년전부터 NPL을 매입, 현재 1조5000억원(매입가 최고 14~15%)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각각의 NPL마다 수익률은 다르지만 그동안 일반여신 수익률 12.8%보다 높은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솔로몬저축은행도 현재 카드, 은행, 생명보험 등에서 구입한 NPL규모가 1조원(매입가 최고 17%)을 넘고 있다. 특히 일부 NPL의 경우 1년사이에 70%가 회수될 정도로 고수익률을 기록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경우 NPL시장에 마지막으로 참여해 3000억원(매입가 평균 10%)에 가까운 물량을 매입했다.
만약 저축은행이 배드뱅크에 참여하게 되면 한국·진흥, 솔로몬저축은행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최고 17%에 매입한 NPL의 경우 배드뱅크에 참여하게 되면 출자평가액(10%), 현금수취예상액(8%)을 돌려받아, 1%의 이익이 남는 걸로 계산되지만 이는 수익률을 반영하지 않은 단순비교이다.
수익률과 NPL 관련 조직운영비 등을 계산하면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이들 저축은행이 매입한 NPL의 경우 매입가격이 높은만큼 회수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그대로 배드뱅크에 포함될 경우 손실은 더욱 커지게 된다.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도 영리추구기업임을 감안하면 손실을 보면서까지 배드뱅크에 참여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그렇다고 채권평가액을 차등적용한다는 것은 배드뱅크 참여사들의 이해관계와 평가능력 부족 등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경우 NPL평균 매입가가 10%인점을 감안하면 8%의 추가이익이 남게돼 배드뱅크 참여로 인해 수익이 늘어나는 등 배드뱅크 설립취지에 어긋나게 된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배드뱅크 출범 발표이후 NPL회수율이 50%이상 급락하는 등 손실을 보고 있다”며 “참여여부와 관계없이 설립계획 자체가 저축은행들에게는 경영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저축은행업계는 자체적으로 배드뱅크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배드뱅크식 채무재조정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각 저축은행들의 입장차이와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아직 뚜렷한 계획은 수립되지 않았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이 배드뱅크 참여에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며 “하지만 정부가 저축은행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참여가능성은 낮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영훈 기자 anpres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