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가계경기 침체와 은행의 초저금리 시대에서 상호저축은행이 서민금융의 역할을 톡톡히 해나가고 있다.
상호저축은행의 경우 은행과 달리 비교적 간단한 심사 절차만 거치면 급전 대출이 가능해 시중은행의 까다로운 대출심사요건때문에 접근이 어려웠던 서민들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저축은행을 찾는 발걸음이 많아졌다.
이제는 당당히 서민금융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상호저축은행의 지점설치제한이나 비과세 상품 판매 등은 허용되지 않는 현실에서 상호저축은행의 발전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 경영정상궤도 진입
IMF외환위기 이후 국내금융시장은 금융권 구조조정으로 혹독한 시련의 시기를 맞았다. 정부의 시중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과는 반대로 제2금융권은 구조조정 1순위 방침으로 더욱더 혹독한 시기를 경험했다.
특히 20여개사에 달했던 종금사는 현재 2개사가 남았고, 231개에 달했던 저축은행은 100여개사가 퇴출되는 등 그 파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러한 사태를 저축은행업계의 방만한 경영이 아닌 제도적인 모순이 초래했다고 보는 견해도 많다.
1991년 정부의 4단계 금리자유화 추진이 그동안 소비자금융시장에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던 저축은행을 치열한 경쟁환경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IMF외환위기로 인한 기업부도 증가 및 실물경제의 위축에 따른 부실채권의 증가는 단번에 상호저축은행업계의 부실을 극대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금보장한도 증가(2001)와 상호저축은행으로의 명칭변경(2002)은 저축은행업계의 회생 계기를 마련했다. 1998년 이후 3년간 연속적자에서 벗어나 2001년부터 흑자전환은 물론 BIS자기자본비율도 크게 증가했다.
특히 저축은행업계는 틈새시장 공략과 생산성 제고를 통해 1998년 말 이후 5년만에 총자산 30조원을 회복하는 등 성공적인 금융구조조정을 이뤄냈다.
저축은행업계는 지금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외적성장위주의 영업보다는 이미지 제고, 정도경영, 투명경영에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임에 따라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서민금융으로 거듭나고 있다.
■ 서민금융역할 “톡톡”
초저금리 시대에 저축은행은 서민들의 든든한 후원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기준 금리는 5.8∼6.8%대로,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2%포인트 가량 높을 뿐 아니라 서민금융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저축은행의 학자금 마련을 위한 장학적금(5.0∼9.1%), 할인어음을 근거로 한 표지어음(2.4∼6.0%), 가입 즉시 계약금액만큼 대출이 가능한 신용부금(4.7∼9.1%) 등은 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보장이 이뤄지면서 소비자들이 아무 걱정없이 고금리로 돈을 맡기고 있다.
저축은행의 대출상품도 시중은행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상품들이 많아 신용과 담보물이 부족한 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대출에 필요한 증빙 서류와 심사 절차가 비교적 간단해 저축은행을 찾는 서민들의 발걸음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등장한 인터넷대출 또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확산되며 저축은행의 주요 대출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는 후순위아파트담보대출은 물론 경락잔금 대출 등 다양한 신상품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어 저축은행업계의 서민금융으로서의 경쟁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 다양한 서비스 제공
고금리 예금, 손쉬운 대출 외에도 저축은행이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저축은행에서는 기존 신용카드 기능은 물론 현금인출카드, 대출카드, 후불교통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금융종합 ONE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고객들은 제휴카드를 통해 저축은행에서 제공하는 마이너스 대출이용, 여수신 금리 및 송금수수료 우대 등 금융서비스 뿐 아니라 LG카드에서 제공하는 평생 연회비 면제 및 1000만원 상해보험 무료서비스를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는 방카슈랑스를 도입해 은행에서와 마찬가지로 저축은행 창구에서도 보험 상품 구입이 가능해졌다.
또한 대출중개업체인 론프로와의 업무제휴를 통해 100∼200만원까지 중앙회 인터넷 접속을 통해 대출가능 여부를 확인해 전국 어디서나 가까운 저축은행에서 1시간내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웹스피드론도 취급하고 있다.
각 저축은행별로 PB센터 설립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고객들에게 편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우수고객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저축은행 관계3사에서 지점에 자동안마기를 배치해 고객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 등 이색서비스도 등장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지역밀착형 서비스도 활발하다. 저축은행들은 지역에서 얻은 수익을 지역에 환원한다는 경영철학으로 지역사회봉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토마토저축은행의 경우 매년 토마토 장학금을 수여하는 등 지역밀착형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이미지제고에 나서고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두 달에 한번씩 임직원 20여명이 서울 송파구의 지체장애자 보호시설인 `사랑의 집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저축은행은 지난 3월 1일 성균관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그대 바다를 재워 부는 죽향소리’`라는 제목으로 제비꽃 민속제를 열어 지역주민으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또 오는 5월5일 어버이날에도 효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뜻에서 판소리 `심청전` 공연을 열 계획이다.
■ 중앙회 노력 잇달아
저축은행들은 그동안 서민금융으로서의 위상제고에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특히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해 6월부터 저축은행법개정 및 전산시스템 안정화, 투명경영 등을 통해 업계의 고충을 해결하는 등 업계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특히 지난 30년동안 협회의 숙원사업인 상호저축은행법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상호저축은행은 우수한 인력을 영입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또한 중앙회는 전산시스템의 안정화를 위해 전산센터를 이전하고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도입했다. 연수과정마다 금융인의 직업윤리 과목을 편성해 교육과 더불어 각 시도지부 방문을 통해 업계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중앙회와 업계간의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새로운 업무 풍토정립을 위해 격의 없는 토론, 아이디어 개진, 형식적·관행적 업무 탈피 등을 시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상호저축은행업계의 법무와 관련해 중앙회에 법무팀을 신설해 관련소송 승소율을 제고하고 회원사들에게 법무행정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 법개정 및 자구노력 필요
저축은행이 진정한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성장하기 위해선 아직도 해결해야할 문제점들이 남아있다.
특히 저축은행법개정으로 많은 난제들이 해결됐다곤 하지만 아직도 법 개정은 저축은행들에게 절실한 문제이다. 우선 활발한 영업을 위해선 지점설치가 좀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 많이 완화됐다곤 하지만 은행의 지점신고제에 비하면 아직도 저축은행들이 지점을 신설하기 위해선 많은 애로사항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저축은행들은 법개정이 힘들면 여신전문 출장소 허가라도 내주기를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또한 저축은행업계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저축은행에 대한 자산규모별 감독방안의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저축은행의 경우 영업지역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영업지역에 따라 저축은행별 자산규모 격차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하나의 감독기준만을 적용하고 있어 중소형 저축은행들의 경우 고객서비스보다는 당국의 기준을 맞추는데 급급한 수준이다. 이러한 저축은행법의 개정 외에도 저축은행업계 자체적으로 예금상품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현재 저축은행들의 정기예금 의존도는 90%를 차지하는 만큼 정기예금의 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저축은행의 자금조달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체계화된 리스크관리 체계를 갖추고 임직원들의 전문성 향상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정부의 제도개선과 저축은행업계의 노력이 병행된다면 저축은행은 명실상부한 서민금융의 한축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안영훈 기자 anpres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