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범위 제한, 법원 조직확대 선행돼야
금융계의 법조인, 도산법 관련 국내 최고 전문가. 한국산업은행 박승두 법무실 팀장〈사진〉에게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박승두 팀장이 이러한 수식어 특히 도산법 국내 최고 전문가라고 손꼽히는 이유는 그의 경력에서 알 수 있다.
도산법 관련 논문 18편에 저서만도 10여권, 특히 ‘회사정리법(2000년 집필)’은 법원 파산부의 교과서로 통할 만큼 전문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으로 참고되고 있다.
사실 그의 전공분야는 노동법이었다. 노동법에 관한 저서만 해도 6권에 산은 8대 노조 위원장까지 맡을 정도였던 그가 도산법을 연구한 것은 법제조사팀에 발령났을 때부터이다.
“업무를 하면서 노동법보다는 도산법에 관한 질문이 많아 도산법을 연구하게 됐는데 외환위기 이후 한보 기아 등 기업들이 도산하면서 법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며 “그때 도산법을 연구한 것이 잘한 일이구나 싶었다”고 박 팀장은 도산법과의 인연을 회상했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도산법 부문에서 최고로 뽑힐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현행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산은이 맡은 부실기업 처리 과정에서의 실적으로 재경부에 파견된 박 팀장은 국회의원들에게 도산법 관련 강의를 하는 등 입법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런 그로서는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개인채무자회생법’은 큰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통합도산법의 문제와 개선방안에 대해 연구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개선사항을 일일이 나열한 ‘한국도산법의 선진화 방안’을 저술하기도 했다.
박 팀장은 이번 개인회생법에 대해 “신용불량자 구제 방안으로 개인회생제도가 도입된 것은 환영할만하지만 현 상태에서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법 개정 및 법원조직의 확대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지금까지의 신용불량자 구제방안들을 유야무야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랜 시간동안 연구한 분야이기에 박 팀장으로써는 이번 입법화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는 “개인회생제도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면책범위가 적용된다. 그러나 이 말은 곧 면책범위가 무제한이라는 말과 동일하고 이로 인해 자칫하면 채권자의 헙법상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를 가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신청자가 폭주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지만 현재 법원의 접수 및 심사 인력이나 조직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를 시행할 경우 요즘말로 신용불량자를 ‘두 번 울리는 일’이 될 수 있다”며 “법원의 조직 확대는 물론 현행 개인회생제도와의 연계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적으로 성실히 개인희생제도를 이행하고 있는 사람부터 우선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박 팀장은 오는 18일 숭실대에서 이같은 문제점과 법의 내용, 대처방안에 대해 당사자와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특강을 실시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법을 알려 도움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돈을 움직이기 보다는 그 흐름을 유도할 수 있는 법을 연구하고 그 기틀을 마련하는 박 팀장의 모습에서 금융계의 숨은 법조인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것은 당연지사일지 모른다.
안영훈 기자 anpres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