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활을 걸고 기관자금을 잡아라”
증권사들이 일임형랩 기관자금 유치를 위한 경쟁이 날로 뜨거워지는 가운데 과당경쟁으로 인한 제살깎기식 경쟁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증권업계 안팎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수수료 인하경쟁으로 증권사들이 한바탕 홍역을 겪으면서 더 이상 수수료를 매개로 한 경쟁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는 가운데 기관자금 유치를 위해 랩 수수료까지 면제할 움짐임까지 보이고 있다.
◇ 쏟아지는 기관자금 = 지난주 20일 마감한 건설교통부 여유자금 2조원 증권사 위탁선정 제안서접수 결과 총 23개 증권사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으로부터 일임형랩 영업 인허가를 받은 증권사가 현재까지 17개인 것을 감안한다면 인허가를 받지 못한 증권사도 다수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예측된다.
이중에는 현투증권부실책임 분담금 납부와 관련 신규사업허가를 받지 못했던 현대증권도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증권 한 관계자는 “건교부가 지난 1월부터의 실적을 토대로 증권사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라며 “이 기준으로 볼 때 올들어 증권사들의 실적이 비슷한 수준이어서 결과는 지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교부 관계자도 “3월말까지 금감원 허가를 받는 조건으로 현재 라이센스가 없어도 기회를 부여했다”며 “증권사가 기관자금 유치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이에 따라 다음달 6일로 내정된 2차 심사시 7~9개의 증권사를 선별해 이들에게만 프리젠테이션 기회를 준다는 방침이다.
한편 건교부 이외에 노동부도 고용보험·산재보험기금 등 5~6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증권사 일임형랩에 위탁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노동부는 건교부의 심사 결과를 예의주시하면서 기존 방법대로 수익증권을 판매하는 증권사만 선정할지 아니면 직접 랩에 위탁할지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
이외에 오는 3월에 정통부(우체국보험 및 예금)도 외부위탁을 위한 운용사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권사의 ‘큰손’ 유치를 위한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 랩수수료까지 면제하나 = 업계 관계자들은 증권사들이 사활을 걸고 기관자금 유치경쟁에 나서면서 제살깍기식 경쟁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눈치다.
한 증권사 마케팅본부장은 “증권사들이 랩 수수료까지 면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건교부가 제시한 ‘여유자금 운용구조 및 운용기관 선정기준’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가 랩운용사로 선정되기 위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해당 증권사의 운용자산규모이기 때문이다.
즉 운용자산규모 35%, 펀드판매현황 25%, 재무안정성과 인적자원이 20%로 얼마나 많은 운용자산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라는 것.
이 관계자는 “기관들의 경우 성향이 비슷해서 대부분 건교부 방침과 유사한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각 증권사들이 추가 기관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우선 운용자산규모를 키워놓고 보자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즉 운용자산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랩 수수료까지 면제해주는 등 기관들에게 미끼를 제공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업계 고위관계자는 “일임형랩 시장이 초기인 점을 감안한다면 수수료 인하 및 면제 등 제살깎기식 경쟁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모 기자 hs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