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시행령 제정이 지연되면서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일임형랩 포괄주문과 투신사 직판이 바터제로 재정경제부와 관련업계간에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문제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재경부와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단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을 뿐 언제라도 다시 수면위로 부상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 증권-투신 왜 싸우나 = 증권업계는 일임형랩이 간접투자시장의 마지막 남은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랩은 고객 개인별로 주문을 내기 때문에 과도한 주문체결로 인해 시스템 장애를 가져올 수 있고 랩마스터가 관리할 수 있는 계좌를 축소시키는 등 과도한 운영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 증권업계가 포괄주문 허용을 내세우는 논리다.
또 고객간의 매매가격이 달라 고객간의 형평성 제고를 위해서도 포괄주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투신업계는 랩에 포괄주문이라는 개념을 접목시킨다는 발상자체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랩은 증권사에서 구성한 다양한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고객 한명 한명이 자신의 재정상태와 투자목적을 바탕으로 선택하는 맞춤상품(Individualized investment)이기 때문에 집합적 투자상품(Coll ective investment)인 투자신탁과 다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포괄주문이 허용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 과도한 비용발생으로 포괄주문 필요 = 증권업계는 랩이 맞춤상품이기 때문에 포괄주문이 어렵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현실적으로 하나하나의 계좌에 대해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랩마스터가 한명당 70여개에서 많게는 수백개에 이르는 계좌의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되는 상황에서 계좌 하나하나마다 주문을 내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계좌가 다르더라도 같은 종목의 주문을 한꺼번에 낼 수 있는 포괄주문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증권사 한 임원은 “랩 운용인력을 늘려 모든 계좌에 전력을 다해야 하겠지만 현재 증권사 상황을 고려할 때 무리한 발상”이라며 “결국 포괄주문을 허용해 많은 고객 계좌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 ‘계좌별 관리’라는 랩 기본취지 위배 = 투신업계는 포괄주문 허용은 계좌별 관리라는 랩의 기본취지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투신사 한 사장은 “포괄주문은 투신권의 영업 독자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정부가 이를 허용한다면 간접투자 활성화를 통한 동북아금융허브 구축과 정면으로 모순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투신업계는 랩 포괄주문 허용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염려하고 있다.
펀드는 5%룰(계열사 유가증권 투자한도), 10%룰(동일종목 10%한도) 등 투자자보호 를 위한 운용규제가 있지만 랩은 사실상 간접투자행위에 해당하면서도 자산운용업법의 규제를 받지 않아 투자자 보호가 미흡할 수 밖에 없다는 것.
투신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랩에 포괄주문을 허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만약 정부가 이를 허용한다면 투자자 보호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성모 기자 hs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