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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카드 처리방향과 관련 관전평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03-12-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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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엘지카드의 처리방향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면서 금융시장과 관련한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가 하는 다소 본질적인 의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엘지카드는 올해 두 차례나 정부의 ‘관치금융’에 의해 한시적으로 목숨을 연장받았다. 최근에는 좀더 근본적인 처리방식이 보도되고 있지만 관치금융식 발상이 그 근저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하에서는 엘지카드 문제와 관련하여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몫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금융감독의 적정성과 관련하여 감사원이 정책감사를 하겠다고 나선 점이다. 이를 바라보는 기자의 심정은 착잡하다. 한편으로는 감사원이 적극적으로 정부나 공적 기관의 역할 수행에 대한 감시기능을 자임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필자는 공적 자금의 집행 및 운용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관련기관을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자가 이번 감사원의 결정에 대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수 없는 이유는 오랜 세월 한국 사회를 살아오면서 몸으로 체득한 의구심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카드사 문제나 감독정책 실패는 모두 기본적으로 지난 정권에서부터 연유한 문제다. 그런데 지난 정권에서 여러 기회를 통해 경제팀을 이끌었던 사람이 수장이 된 상황에서 감사원이 과연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감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혹시 만에 하나라도 관련기관이나 지난 정부의 경제팀에 대해 면죄부를 주기 위한 방편이거나, 이것을 기화로 금융감독 기능에 대한 관치압력을 더욱 더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감사가 이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감사를 맡는 실무단은 썩은 뿌리를 도려낸다는 심정으로 오로지 앞만 보면서 과거나 현재에 재경부, 금감위와 금감원, 그리고 청와대에 근무했던 모든 관련 공직자에 대해 철저하게 칼날을 들이대야 할 것이다.

다음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소위 “엘지카드에 대한 근본적 처방”에 대해 살펴보자. 아마도 엘지카드는 제3자 매각의 길을 걷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매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부실을 어느 정도 떨어내야 하는데 누구의 돈으로 이 작업을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생긴다. 자칫 잘못하면 감시가 소홀한 눈먼 돈을 자기 돈처럼 인심 좋게 사용하여 관련자들의 배만 불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벌써 몇 차례나 은행들의 팔을 비틀어 엘지카드를 도와준 일이 있다. 만일 일이 잘못되면 당연히 은행의 주주와 예금자 혹은 예금보험공사가 그 뒷감당을 해야 한다. 그런데 관련자 중 어느 누구도 주도적 구실을 하지 못했다. 지원을 결정한 8개 은행의 경영진은 조금 밀고 당기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부총리 등 관련 당국자의 발언 몇 마디에 담보도 제대로 못 챙기고 간단히 모든 것을 양보해 버리고 말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역시 돈이 문제다. 이번에는 계열분리 이후 엘지카드와는 명시적 관련이 없어진 엘지 그룹의 계열사에 대해 수천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하라는 압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심지어 산업은행을 동원하는 시나리오도 등장하고 있다. 이 돈이 누구의 돈인가. 주주의 돈이고 국민의 돈이다. 왜 정부는 이들의 돈을 쌈짓돈 쓰듯 하는가. 특히 엘지 그룹의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 요청은 그 대가로 정부가 다른 특혜를 주거나 혹은 채권은행단이 확보한 담보를 다시 양도하는 이상한 뒷거래를 부를 수도 있다.

기자는 시장만능주의자가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금융시장에 개입하는 방법의 근간은 이미 법과 제도로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다. 정작 법에 규정돼 있는 적기시정 조처는 이런저런 이유로 회피하면서, 커튼 뒤에 숨어서 남의 돈을 내 돈처럼 쓰는 일은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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