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 노사는 지난 12일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고 은행측은 밝혔다.
은행은 누진제를 폐지하는 대신에 직급별로 통상 임금의 100~ 300%를 특별보로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여기다 누진제 폐지에 대한 보상금으로 내년부터 기본급을 총액임금 기준으로 2.0% 올리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노조 간부들이 11일 은행장실 앞에서 9시간 이상 농성을 벌이는 등 진통 끝에 이뤄진 것이다. 노조는 은행장과 직접 협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고 로버트 A 코헨 행장이 나중에 협상에 나서면서 이틀 만에 타결됐다.
이처럼 제일은행 마저 퇴직금 누진제를 노사 합의 아래 폐지함에 따라 이 제도를 유지하는 곳은 신한과 한미은행 두 곳만 남았다.
이에앞서 대구은행이 지난 4월 폐지한 것으로 시작해 부산은행 7월, 전북은행 9월말에 각각 노사 합의로 폐지했다.
그나마 신한은행도 폐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 한 관계자는 “퇴직금 누진제 폐지에 동의해 달라고 노조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른 협상 내용도 있어 최종 합의에 이르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타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은행권에서는 사실상 퇴직금 누진제가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 없게 된다.
한미은행의 경우 자연스럽게 폐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미은행은 지난 98년 퇴직금 중간정산을 거쳤다.
이 은행 퇴직금 누진제는 만 7년이 넘어야 평균 퇴직금보다 높은 퇴직금을 받게 되는 구조를 갖는다. 2005년까지는 퇴직금 누진제가 있으나마나 의미가 없다.
이와 관련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폐지 당위론을 펴는데 우호적인 조건이 되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퇴직금 누진제가 폐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