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감사원이 특정 현안에 대해 정부부처를 대상으로 정책감사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금융권의 이목을 불러 모으고 있다.
감사원은 일단 “상시적 감사업무 차원의 자료 수집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카드 실정(失政)에 대한 비난여론이 워낙 비등한 만큼 이번조사가 관련 정책 당국자들에 대한 강도높은 책임추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전윤철 감사원장이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부의 정책 실패사례에 대해 집중적인 감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힌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해 준다.
감사원이 카드부실 사태에 대한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할 경우 외환위기 이후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우리경제에 심각한 폐해를 남긴 카드정책이 우선적인 단죄 대상이 될 전망이다.
감사원이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요구한 자료는 1999년 이후 카드사 관련 시장대책 전반에 걸친 정책자료.
최근의 LG카드 유동성 사태에 국한하지 않고 카드부실 전반에 대한 정책당국의 책임 소재를 규명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99년 5월 정부가 당시 월 70만원이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를 폐지한 것을 카드부실의 출발점으로 꼽는다. 이는 DJ정부의 ‘내수진작을 통한 경제성장’ 정책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카드서비스한도 규제 폐지 이후 카드사들은 본연의 카드기능인 신용판매보다는 현금대출 장사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카드사들은 경쟁적으로 길거리로 나서 미성년자에게까지 신용카드를 만들어주면서 빚을 통한 과잉소비를 부채질했다.
이어 정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 도입(99년 8월),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 도입(2000년 1월) 등 각종 활성화 대책을 통해 신용카드 사용을 정책적으로 장려했다. 서비스 한도 폐지가 이뤄지던 99년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은 강봉균(열린우리당) 의원, 금감위원장은 곧바로 재경부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이헌재씨였다.
정부는 신용카드 남발로 가계부실 문제가 대두되고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기 시작하자 2001년 들어 뒤늦게 길거리 회원모집 규제방안을 검토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당시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가두모집 규제조치를 만들어 규제개혁위원회(당시 위원장 강철규 현 공정거래위원장)에 넘겼으나 규개위는 ‘반 시장적 규제’라며 반대했고 길거리모집 금지는 그로부터 1년 뒤인 2002년 5월이 돼서야 시행됐다.
금감위 직원들은 지금도 2001년 당시 규개위가 가두모집 규제를 받아들였다면 카드부실이 확산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카드남발로 인한 신용불량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기 시작하던 지난해 5월에 잇따라 단행된 카드규제 대책 역시 카드문제의 경착륙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02년 5월의 현금대출 50% 제한(현금서비스 등 현금대출을 신용판매와 같은 비중으로 유지) 규제의 경우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한도축소를 유발해 신용불량 사태를 가속화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비판이다.
실제로 카드사간 대출경쟁으로 이미 돈이 풀릴 대로 풀린 상황에서, 단시일 내에 현금서비스 비중을 카드사들이 낮추면서 신용이 떨어지는 사용자들의 돈을 회수할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다. 정책적판단이 단죄 대상인가 카드정책 자체가 단죄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감사원이 카드부실 문제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 것은 최근 들어 일반국민과 시민단체사이에서 집중적으로 책임론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카드문제가 ‘현재진행형’인데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카드종합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에서 섣불리 책임론 운운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사 대책은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감사원 감사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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