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투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현투증권과 푸르덴셜금융간 매각을 위한 본계약 체결 후 본격적으로 쟁점화되기 시작한 ‘투신권 대형화 불가피론’에 대해 투신업계는 본질적으로 대형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업종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투신사는 기본적으로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업종이기 때문에 대형화를 통한 시너지와 규모의 경제는 타 금융업에 비해 그다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미국 투신권의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 추세는 규모의 경제나 시너지 효과보다는 업계의 신인도 제고 측면이 강하다는 것.
실제로 일본의 경우엔 76여개의 투신사에, 수탁고도 11월말 현재 335조에 달하며 특히 펀드 하나만을 운용하며 이 하나의 펀드에 전력해 수익률을 극대화시키는 중소형 투신사가 많다.
또한 투신사 설립시 필요한 최소한의 자본금 규모도 1억엔으로 한국의 설립 자본금 규모인 100억원과 비교했을 때 10분의 1 규모로 투신권의 진입장벽도 낮다.
최근에는 자본금 규모를 5000엔으로 낮추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조만간 일본에서 투신사는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신사가 난립, 전체업계를 부실화시키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투신권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투신사를 통한 직판보다 대부분 증권회사를 통해 펀드를 판매하기 때문에 증권회사가 각 투신사의 우량펀드만 판매한다”며 “펀드를 판매할 채널을 확보하지 못한 투신사는 자연 도태돼 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투신업계는 이와는 상황이 다르다.
우선 11월말 현재 수탁고는 132조에, 투신사는 32개로 일본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훨씬 적은 규모지만 32개의 투신사 모두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 MMF 등 천편일률적인 동일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또한 수탁고 132조 중 50%이상이 MMF 등 6개월 미만의 단기채권에 집중돼 있어 투신사들이 창의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결국 개개 투신사가 차별화된 펀드를 운용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고만고만한 펀드를 운용해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운용수수료를 낮춰 투신권 전체의 부실을 초래했다는 것.
이와 관련 투신권 관계자는 “내년 통합자산운용업법이 시행되면 자산운용사도 투신사로 전환해 MMF 등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며 “이런 상황속에 투신권의 운용수수료 인하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투신권 관계자는 “현재 금융권의 대형화 추세속에 오히려 투신권은 자본금 규모 등의 진입장벽을 낮춰 보다 많은 중소형 투신사들이 진입해야 한다”며 “그러나 일본과 같이 투신사들이 각자의 특화된 펀드를 운용, 결국 자연스런 경쟁체제를 유지해 전체업계의 건전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모 기자 hs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