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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산업 펀더멘털 ‘휘청’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03-12-03 19:45

연체율·누적손실도 악화일로 ‘갈수록 태산’

외국계 투자자문, ‘동반부실·시한폭탄’ 경고



카드산업이 부실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면서 한국경제의 진로에 짙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극심한 영업환경의 악화 속에 전업카드사들의 누적손실이 3분기 들어 급기야 4조원 대를 넘어섰고, 카드산업의 펀더멘털을 흔들어온 연체율의 상승세는 진정될 기미조차 없다.

이 때문에 내년 초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정부의 낙관에도 불구하고 LG카드의 유동성 위기에 이어 카드업계 전체의 동반부실과 제2의 금융위기를 우려하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의 데이비드 마샬 이사는 “신용카드로 인한 한국경제의 위기가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경제에 더욱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손실폭 ‘눈덩이’ =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카드(국민은행에 합병)를 제외한 8개 전업카드사들은 올 3분기에만 1조5,490억원의 적자를 내 올들어 9월말까지 누적적자가 4조1,449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1~9월 1조711억원의 흑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영업실적이 5조원 이상이나 후퇴한 것이다.

카드사별로는 회원은행들의 실적을 별도로 집계하는 비씨만이 소폭(86억원)의 흑자를 냈을 뿐 삼성(-1조332억원) LG(-1조168억원) 우리(-8,898억원) 현대(-6,102억원) 외환(-4,106억원) 신한(-1,064억원) 롯데(-866억원) 등 7개사가 모두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향후 경영여건의 선행지표나 다름없는 연체율(총채권기준)은 9월말 현재 11.2%로 6월말(9.4%)보다 1.8% 포인트나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더구나 이 같은 실적은 LG카드의 유동성 위기나 자산관리공사의 신용회복 프로그램도입이 본격화하기 이전의 상황이어서 4분기에는 적자폭이나 부실채권 발생률이 훨씬 급증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다행히 연체율의 선행 지표성격을 갖는 신규(1일 이상 1개월미만) 연체 발생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연체여건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8개 전업카드사의 신규 연체액은 1월말 2조2,394억원에서 6월말 1조7,863억원, 9월말에는 1조1,584억원으로 줄었다.



■ 대환대출 연체율도 악화일로 = 하지만 이 역시 긍정적 시그널로 보기는 힘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근의 신규연체는 1년 전 상황과는 달리, 모든 카드사들이 ‘고객 걸러내기’작업을 통해 돈을 떼일 염려가 없다고 판단한 ‘우량회원’만 추린 상태에서 발생한 부실이기 때문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금서비스 한도와 카드발급 기준을 엄격히 강화해 우량회원만을 대상으로 보수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신규연체가 대규모로 발생한다는 것은 카드업이 단기간에 회복하기 힘들다는 매우 심각한 징후”라고 지적했다.

카드사들이 단기연체를 줄이기 위해 연체대금을 장기대출로 전환한 대환대출도 부실의 복병이다. LG카드는 10월말 현재 1개월 이상 대환대출 연체율이 25.94%로 9월(19.74%)에 비해 무려 6.2%포인트 상승했다. LG카드의 대환대출 잔액은 5조9,470억원이며, 1개월 이상 연체율은 11.40%이다. 삼성카드도 대환대출 연체율이 9월 15.3%에서 10월 17.3%로 2%포인트 상승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자산관리공사의 원금 탕감 프로그램 발표 이후 카드이용자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하면서 부실채권이 다시 급속도로 늘고 있다”며 “연체율 개선을 위한 획기적 조치가 없는 한 위기탈출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우려했다.



■ 금융당국 규제장치도 후퇴 = 연체율 기준을 대체할 새로운 건전성 감독 기준도 업계의 요구에 밀려 조금씩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10월 연체율 기준을 폐지하면서 “부실 가능성이 높은 대환대출(연체를 대출로 전환)을 포함해 실질 연체율에 근거해 카드사별로 11월말까지 연체 감축계획을 제출받아 경영개선협약(MOU)을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날 카드사 영업실적을 발표하면서 “아직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실질연체율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환대출 전체를 연체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일정 기간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거나 일정 비율 이상 상환이 끝난 대환대출은 실질 연체율 산정에서 제외해 달라는 업계의 요구를 반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9월말 현재 대환대출 잔액은 15조3104억원으로 6월 말(11조4555억원)보다 무려 33.7%나 급증했는데, 연체채권과의 일부 중복을 감안할 때 실질연체율은 30.5% 가량으로 추정된다.

박용근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간사는 “정부와 감독당국이 카드사의 위기를 이유로 금융기관의 생명인 건전성 기준을 후퇴시키고 방치하는 것은 자신들의 책임을 덮기 위한 직무유기이며 더 큰 부실의 불씨”라고 지적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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