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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상호저축은행 ‘M&A물량’ 쏟아진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03-11-05 19:58

[Issue] 시장환경 악화로 경영권 포기하는 대주주 잇따라

한솔 - 매각가격과 고용안정문제로 본계약 난항

중앙 - 걸림돌 사옥매각으로 조만간 M&A가시화

동부 - 경기지역 A저축은행에 인수의사 표명



상호저축은행(이하 저축은행)의 부실문제가 금융시장의 또 다른 시한폭탄으로 등장하고 있는 듯 하다. 지난 8월말 114개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2조5078억원 가운데 1조1726억원이 연체돼 연체율이 46.8%에 달한다고 하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처럼 저축은행의 부실이 급증하고 금융시장에서 입지도 갈수록 좁아지면서 경영권을 포기하는 대주주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최근 정책당국마저 입을 맞춘 듯 이들 금융권 구조조정 작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고 국내 저축은행에 대한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입질이 시작되는 등 내외적으로 구조개편을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때문에 시장일각에서는 ‘저축은행 M&A태풍’이 조만간 거세게 불어 닥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편집자주〉


지난달 9일, 저축은행 업계 1위인 한솔저축은행은 미국계 투자펀드인 퍼시픽그룹(Pacificap Pacific Rim F.I Fund LLC)과 340억원의 외자유치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퍼시픽 그룹은 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출자를 하게 되며 증자 후 한솔저축은행의 자본금은 230억원에서 570억원으로 늘어나고 퍼시픽 그룹이 지분율 59.6%의 1대 주주가 된다는 것이 주요 발표내용이었다.

지금까지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등 일부 저축은행의 지분이 외국인에게 넘어가는 경우는 있었지만 최대주주가 외국인이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국 지방은행 규모의 자산을 보유했던 국내 최대 저축은행이 외국계 펀드에 맥없이 M&A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영업시장 환경악화로 인해 경영정상화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 시장환경 갈수록 악화



지난 8월말 소액 신용대출 2조5078억원 가운데 1조1726억원이 연체돼 연체율이 46.8%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6월 말의 40.5%를 기록한 지 두 달만에 무려 6.3%포인트가 올라간 수치다.

지난해 6월 말의 16.3%에 비해서는 1년여 사이에 무려 30.5%가 올라간 것이다. 쉽게 말해, 대출금 100만원 가운데 46만8000원을 제때 갚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라면 연체율 50% 돌파는 시간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1년 말에 11.1%였던 소액 대출 연체율은 가파르게 상승해 지난해 말에는 28.9%에 달했으며, 올 6월말에는 급기야 40.5%를 기록, 40%를 돌파했었다.

연체금액도 지난해 6월에는 4153억원이었으나, 올 8월말에는 1조1726억원에 달해 배 이상 급증했다.

때문에 현재 저축은행에서는 소액신용대출을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원래 소액대출을 공격적으로 펼치기 전 대부분 저축은행들은 대출금리를 14%∼16%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했다. 은행권 바로 아래에서 급전이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그야말로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던 것이다.

그러나 내수 진작 차원에서 정부의 권고와 맞물려 소액 신용대출을 늘리면서부터는 기관의 성격이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시장의 경쟁도 치열했다.

대출금리 10%대 시장은 시중 은행권이, 20%대는 카드사와 캐피탈사, 30∼40%대는 시티파이낸셜 등 미국계 캐피탈사와 할부금융사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어 저축은행들이 힘을 발휘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또한 저축은행의 소액 신용대출 상품이 위치하고 있는 40%∼60%대 시장에서는 기업형 대금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저축은행이 패자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전국 네트워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신협, 새마을금고 등 서민형 금융기관들이 최근 2년새 6∼20% 감소한 것도 저축은행 위기의식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 146개에 달하던 저축은행들이 20.5%가 줄어 현재 114개사가 영업중이다. 전국에서 저축은행의 시장 인지도는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위기감의 탈출구로 상당수 저축은행들은 ‘안정형’보다는 ‘공격형’ 자금운용을 선택하고 있다. 고위험 고수익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으로 난국을 돌파해 보겠다는 것이다.

최근 수신 금리의 인상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여기에는 소액신용대출의 후유증도 한몫했다.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소액대출의 부실액이 상당한 데다 도박처럼 한번 고금리를 맛본 이후 ‘금리불감증’ 증세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이 고수익 부담으로 쫓기듯이 공격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게 되면 잠재부실 리스크도 그만큼 상승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부동산 투자는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다.

현 정권 특성상 부동산경기 위축이 장기화될 전망인 데다 저축은행내 프로젝트 파이낸싱 전문인력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7개 저축은행 ‘지금 M&A협상중’



서울과 수도권의 6~7개 상호저축은행들이 M&A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이 가운데는 경영난에 시달려 새로운 대주주를 찾고 있는 곳도 있지만 비교적 경영이 건실한 곳도 포함돼 있어 거액 전주(錢主)들과 일부 외국인 투자가들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총자산 600억원대인 서울의 S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와 일부 투자자와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비교적 경영실적이 좋다는 점을 내세워 250억~300억원의 높은 매각가격을 요구, 인수협상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J저축은행도 지난해에 이어 다시 대주주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저축은행은 총자산이 1000억원 안팎으로 소액신용대출(300만원 이하) 연체비율이 60%를 넘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현재 자본잠식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J저축은행이 본사건물 매각에 이어 영업권 매각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경기 지역의 A저축은행과 T저축은행 등 자산규모 400억원대에서 1500억원에 이르는 중견 저축은행들도 매물 리스트에 올라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대주주가 사실상 경영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 저축은행은 비교적 영업기반이 건실해 투자자들의 입질이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저축은행들의 지분매각협상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영업정지된 부실저축은행들의 매각작업이 번번이 무산된 것과는 달리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회사들이어서 거액 개인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저축은행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영업 여건이 나빠지면서 영업권 프리미엄이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며 “개인은 물론이고 일부 외국인투자가들도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올 연말을 전후로 몇 건의 M&A가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업계 1위사인 한솔저축은행의 지분매각협상에 이어 중견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매각되면 업계의 판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M&A 제대로 진행될까



M&A협상에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과 노조다.

지난 10월 9일 미국계 투자펀드인 퍼시픽그룹과 340억원의 외자유치, 조만간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힌 한솔저축은행 대주주인 한솔그룹은 1개월 정도가 다되도록 본계약과 관련된 아무런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장일각에서는 오늘(6일)이나 내일(7일)쯤이면 본계약과 관련해 가·부간에 결정이 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전망일 뿐이다.

한솔저축은행의 외자유치 본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매각 가격과 노조문제가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저축은행 노조는 본계약 체결에 앞서 고용안정을 서면으로 요구하고 있고 이로 인해 협상에 적지않은 난항을 겪고 있다.

다음주 사옥을 이전하는 중앙저축은행도 매각가격을 놓고 인수자와 M&A협상을 진행중이다. 중앙저축은행은 그 동안 매각협상에 걸림돌로 작용됐던 사옥을 매각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밖의 저축은행은 매각 가격을 놓고 양측간의 현격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어 전망은 밝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도 서울소재 저축은행 경영실적>
(단위 : 억원, 명, %)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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