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벌써부터 ‘겨울잠’에 깊숙이 빠졌다.
올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참여율이 저조한 가운데 지난달 개인비중이 지난 9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회복기미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급격한 내수 침체로 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이 지연되면서 내년 1분기까지는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지난 3월 17일 515.24로 바닥을 치면서 지난달 30일 연중 최고인 785.94를 기록하며 50%가 넘게 오르는 동안 개인의 매매비중은 3월 64.17%에서 10월 58.91%로 5.26%p나 줄었다.
개인비중이 50%대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반면 외국인은 16.01%에서 20. 03%로 늘었고 기관도 16.23%에서 18.01%로 높아졌다.
이와 함께 주가지수가 최저점을 기록한 3월 이후 10월말까지 9월을 제외하고는 개인들의 순매수가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10월에는 개인들이 총 30조2656억원어치를 사고 32조3044억원어치를 팔아 2조388억원의 순매도를 기록, 순매도가 2조원을 넘어섰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지난 9월말 현재 개인의 거래비중은 91.2%로 지난 1월 94.2%에 비해 낮아졌고 개장 이래 최저치였던 99년 12월 91.0%에 다가서고 있다.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의 시장참여도가 낮았던 데는 카드채 부실과 함께 신용불량자가 대거 양산되며 내수가 급랭하면서 국내경기 침체가 가속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전문가는 진단하고 있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정보파트 팀장은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반면 내수는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으며 전기·전자업종 등이 활황을 이루고 있지만 이외 업종은 크게 위축돼 있는 등 국내 경기가 양극화현상을 보임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이 느끼는 경기불안 지수가 매우 커 투자의지가 크게 꺾였다”고 설명했다.
또 하이닉스 및 금융주 등 개인들이 선호하는 저가주의 주식수가 감소된 것도 큰 이유로 꼽고 있다. 실제로 개인들이 주로 매매하는 ‘5000원 미만’ 저가주의 거래비중은 3월 28.74%에서 10월 18.38%로 36% 줄어든 반면 고가주의 거래는 크게 늘어 ‘1만원 이상∼5만원 미만’은 5.2% ‘5만원 이상∼10만원 미만’은 74.2% ‘10만원 이상’은 18.4% 늘었다.
우리증권 이성주 투자분석실장은 “개인들이 선호하는 하이닉스 주식을 비롯, 금융주, 건설주 등 저가주 주식수가 크게 줄어든 데다 이중 다소 호조를 보이고 있는 은행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고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 연구위원도 “외국인들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만 매수, 주가지수를 끌어올리며 큰 이익을 거두는 데 반해 개인들의 경우 저가주에서 손해를 많이 봤다”며 “이처럼 외국인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개인들의 매매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주식시장에서 손실을 크게 본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하는 데 있어 보수적이고 안정지향형으로 바뀜에 따라 주가연계증권(ELS) 및 상장주식펀드(ETF) 등 원금보장형 상품으로 자금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이밖에 부동산 과열로 인해 시중 부동자금이 부동산에 크게 몰려 주식시장의 유동성을 크게 떨어뜨렸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당분간 지속된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까지는 경기회복 가능성이 적은 만큼 개인들의 투자의욕도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투자분석부 대리는 “경기선행지수가 8월 저점을 통과하며 9∼10월 오름세를 지속했지만 아직까지 불확실성이 높아 시장에 대한 개인들의 신뢰가 상실된 상태”라며 “11∼12월 경기회복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2∼3개월 후부터 개인들의 투자가 살아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정보파트 팀장은 “정부의 부동산안정대책과 국내 내수회복이 약효가 발휘되는 시점과 맞물려 시장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지만 LG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 연구위원은 “내년 2분기께나 돼야 완만한 활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개인투자자들이 긴 ‘겨울잠’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2003년 1∼10월 투자자별 매매동향>
(단위 : 천주, 백만원)
김재호 기자 kj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