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거래 비중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각 증권사들이 HTS시스템의 기능과 속도 등이 비슷한 수준에 이르면서 이제는 다양한 컨텐츠를 개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이는 고객들의 니즈를 적극 충족시키는 한편 주식거래 관련 다양한 기능과 컨텐츠를 구축, 신규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새로운 업그레이드 버전을 개발함으로써 국내 HTS시스템이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돼 왔지만 일부에서는 과열경쟁체제로 치달으면서 ‘베끼기’ 및 ‘비용낭비’ 등의 문제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이 지난 20일 HTS(Home Trading System) 베스트이지 큐웨이 4.0버전(BESTez Qway V4.0)을 출시했다. 이에 앞서 이달초부터 LG투자증권을 비롯, 제투증권, e트레이드증권 등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HTS를 선보였으며 굿모닝신한증권과 대투증권, 키움닷컴증권 등도 잇따라 새로운 버전을 발표할 계획이다.
◆대우·LG 등 신버전 잇따라 출시=대우증권이 이번 출시한 ‘BESTez Qway V4.0’에서는 고객편의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별도의 종목코드를 입력하지 않아도 주요 테마 및 이슈 관련주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종목마스터’ 기능을 비롯, 기본 설정만으로도 패턴분석, 캔들분석, 추세분석 등을 자동으로 보여주는 ‘자동차트분석’ 기능, 관심 종목의 현재가 움직임을 보며 원클릭으로 주문할 수 있는 ‘현재가주문’ 기능 등을 새롭게 선보인 것.
LG투자증권은 ‘ifLG Trading 2004’ 안에 메신저 기능을 첨가해 서비스 사원과 온라인고객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 최초 로그온 시 선물옵션 전용화면으로 접속해 메뉴구성을 간소화하고 팝업화면 위주로 설계해 선물옵션 전업 투자자들의 빠른 매매를 원활하게 지원하는 선물옵션 전용시스템도 눈에 띈다. 사용자 편의성을 제고한 화면구성을 선보여 HTS시스템상에서 총 60종의 차트와 지표를 한번에 볼 수 있으며 특화주문기능을 강화해 주문의 프로세스를 마우스 클릭만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e트레이드증권의 선물옵션 전용 HTS인 ‘e트레이드 수(秀)’는 전용서버에 기반을 둔 선물옵션 시스템으로 속도와 안정성, 주문의 편의성에 맞춰 한층 강화된 투자전략 화면구성과 차트기능을 추가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대투증권도 차트분석기능 및 시스템트레이딩, 선물·옵션 투자전략 등 다양한 기능 및 화면구성에 중점을 두고 현재 시스템개발 마무리 단계로 12월중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 굿모닝신한 및 키움닷컴 등도 고객 니즈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며 편의성을 한층 강화한다는 데 초점을 두고 각각 11월과 내년 2월중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이버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초기에는 HTS의 속도 및 안정성 경쟁이 이뤄지다가 이어 수수료 경쟁으로 비화된 후 이제는 컨텐츠 경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추세”라며 “컨텐츠 경쟁이 가열되면서 HTS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하는 한편 수수료 경쟁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과열경쟁 따라 부작용도 속출=그러나 각 증권사들이 내놓은 HTS 신규버전의 기능이 대부분 비슷해 ‘베끼기’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잦은 기능 변화로 인해 사용자들에게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구버전에서 신버전이 나오기까지는 대략 1년 안팎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사용자들이 익숙해질만 하면 또 다시 튀어나오는 신버전에 혼란만 가중된다는 것.
또 이에 따른 시간 및 비용낭비도 만만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신버전을 개발하는 데는 대략 3∼6개월의 기간이 소요되며 개발비용은 3∼5억원에 달한다. 이후 6개월이 지나면 또 다시 신버전 개발에 착수해야 하므로 시간과 비용이 이중으로 낭비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의 요구와 함께 다른 증권사들이 신버전을 출시하기 때문에 이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신버전을 준비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오히려 고객들의 혼란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시간과 비용도 낭비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른 증권사와 비슷한 수준에 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함께 프로그램 개발업체도 소수이다 보니 각 증권사들마다 소위 ‘베끼기’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이처럼 다른 증권사들의 이목에 연연하지 말고 고유의 독자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재호 기자 kj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