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방카슈랑스 시행을 추석 이후로 연기하거나 시행 자체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의 감독규정 강도가 너무 강력한 데다 은행권에 비해 메리트가 적어 큰 수익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판매 가능한 상품에 대한 감독규정도 심해 증권사만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기회마저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단계로 시작되는 생보상품의 경우 일반 및 변액 연금보험이나 양로보험 등 저축성 상품에 제한되는 한편 특약을 못하게 한 상황에서는 증권회사의 판매 메리트가 전혀 없다”며 “때문에 큰 수익을 낸다기보다는 고객을 위한 프리미엄서비스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각 증권사에서는 마케팅 전략 짜내기에 부심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증권사 직원들의 경우 고객들의 포트폴리오를 직접 작성해주기 때문에 고객 상황에 맞는 보험상품을 전문성 있게 판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게 증권사들의 계산이다.
그러나 은행권의 경우 보험상품명에 은행명을 넣어 타회사 상품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 하는 등 방카슈랑스에 적극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증권사의 경우에는 고객들의 거부감을 우려해 상품명에 회사명을 넣지 않는 미미한 전략에만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마련되고 있는 감독규정 하에서 볼 때, 증권사가 가질 수 있는 메리트는 판매직원들의 전문성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증권사별로 각종 전략을 마련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일 대우, 삼성, 현대, LG 4대 증권사 전략기획 부서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판매직원을 점포당 2명으로 제한한 것과 함께 판매직원 대출관련 업무와 보험판매 업무 겸직 금지 등 정부의 감독규정이 터무니없이 강력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증권업계는 방카슈랑스 시행을 연기하거나 시행 자체를 재검토하는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점포수, 시행경험 등으로 볼 때 은행과의 방카슈랑스 업무 경쟁에서 증권업계가 불리할 뿐만 아니라 현재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특별한 전략을 마련할 여유조차 없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각 금융권별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전개될 금융시장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방카슈랑스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호 기자 kj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