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들 지점은 주변 상권의 변화에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현상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청계천 일대의 상권과 시장 전망이 각 상권별로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즉 의류, 공구, 전자, 간판, 물류 등 각 지역별 상권에 따라 청계천 복원 공사에 대응하는 방식과 결과 예측은 천차만별이다.
단적인 예로 전자 상가의 경우에는 청계천 복원 공사가 영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 상가 주인들의 상당수는 이미 용산 등에 분점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계천에 여전히 본점을 두고 있는 경우에라도 상가 규모는 가능한한 줄였고 물류와 전시장 등은 다른 지역을 이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 전자회사 대표는 “지난해까지 20여평에 달했던 공간을 5평으로 줄였고 용산에 전시장을 설치했다”며 “앞으로 교통이 편리한 곳에 창고를 하나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사가 고객들의 접근을 제한하기 때문에 당장 매출에는 영향을 미치겠지만 전자 관련 사업은 청계천 일대가 아니더라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구상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시가 주장하듯이 반드시 장지동 일대로 이전하지 않더라도 구로와 안양 등지에 이미 상권이 형성돼 있어서 이전이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공구 상가의 한 상인대표는 “공사가 당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결국 다른 곳으로 사업장을 옮겨야 할 것 같다”며 “누구나 청계천에 오면 원하는 물건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다른 곳으로 가서도 그런 생각을 갖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평화시장 주변도 공사가 미치는 영향을 그나마 덜 받는다. 대형 도소매 타운이 형성되면서 재래시장도 일정 부분 재개발을 완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2년6개월간의 공사 기간은 물론 복원 작업에 따른 주변 정비 작업이 진행돼도 별반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입정동부터 대림상가 사이에 위치한 기계공구상가의 경우에는 다른 곳과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이들 지역은 이른바 ‘3D’산업의 대표적인 업종으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미 장지동 일대 주민들은 이들 기계공구상들의 이전을 반대하며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대를 이어 사업을 하고 있는 한 공구상 주인은 “아침에 쓸어낸 쇳가루 먼지는 상점을 돌고 돌아 저녁에 다시 우리 가게 앞으로 돌아온다”며 “우리야 이곳에서 나고 자라서 문제 없지만 보통 사람들은 하루도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곳에서 계속 사업을 하기도 여의치 않다. 대형 기계류 등을 취급하는 관계상 트럭 등의 근접이 중요한데 공사가 본격화되면 물건의 유입, 반입이 힘들어져 고객들이 외면할 것이라는 우려다.
광장시장을 중심으로 한 섬유, 직물 상점들도 복원 공사의 피해를 정명으로 받는다. 그나마 지금은 주요 거래 고객들이 새벽을 이용해 상경하는 지방 고객들이라 교통문제가 덜 부각돼지만 공사의 시작으로 이나마 어려워진다면 주요 거래선들도 모두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게 상인들의 걱정이다.
더욱이 이전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주변의 공장과 상가 자체가 철저하게 자발적인 필요에 의해 자생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만약 하나의 공장이라도 문을 닫게 되면 연쇄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인근 상권의 섬유, 원단, 물류 등을 통째로 이동시키지 않는 이상 절대 지금과 같은 산업 구조를 형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전면적인 재개발도 불가능한 일이다. 한 은행 지점장은 “이곳은 건물 한 곳에 5~6명의 집주인이 존재하기도 하며 아예 주인이 없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고령의 건물주가 많아 재개발보다는 그냥 단돈 얼마라도 당장에 세를 받는 것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동의를 받아 재개발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