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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국내 벤처캐피털 산업 / 미국벤처캐피털 성공에서 찾는다 (2)

임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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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3-05-31 21:45

나스닥 탄생, 연금등 출자…시장 참여자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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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 자본소득세율 삭감 등 지원책 내놔

불황기 겪으며 전문화, 국제화, 대형화 이뤄


1970년대 벤처캐피털은 베트남 전쟁과 석유 위기 등 경제 불황으로 인해 벤처캐피털에 대한 자금 유입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장기적인 불황기를 보냈다. 반면 이 시기는 벤처캐피털이 발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생겨남으로써 산업화의 기반을 다진 기간이었다.

70년대 초반까지 일부 지역과 인맥을 중심으로 폐쇄적인 조직 형태를 보이거나 정부에게 지원을 받는 SBIC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던 벤처캐피털들은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기 시작한다. 미 정부는 벤처캐피털 지망생(would-be venture capitalist)이 위험자본 풀을 만드는 것을 장려했고 이들에게 매칭펀드와 채무 보증을 제공했다.

무엇보다 1971년에 벤처캐피털이 산업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나스닥(NASD AQ)이 탄생됐다.

나스닥은 뉴욕증권거래소나 아메리카증권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기업들의 매매와 쉬운 기업공개를 촉발시켜 벤처캐피털이 투자자본을 원활히 회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음해에는 미국벤처캐피털협회(NVCA)가 결성됨으로써 벤처캐피털이 민간 산업으로서 자기 목소리를 높이게 됐다. NVCA는 벤처캐피털 인슈티튜트라는 교육프로그램을 설치해 전문 벤처캐피털리스트를 육성함으로써 업계의 전문화와 신규 인력의 참여를 계속 이끌어오고 있다.

특히 78년과 79년에는 정부 차원에서 중요한 정책 변화가 나왔다. 우선 78년에 의회가 소득세법을 개정해 49.5%에 달했던 자본소득세율을 28%로 낮추고 79년에는 노동부가 퇴직자수입안정법(ERISA)을 개정, 연금들이 벤처캐피털펀드에 출자하도록 했다.

이는 자본활동을 통한 소득세를 감소시키고 미국의 최대 금융자산 보유자 중 하나인 연금의 참여를 허락함으로써 투자활동의 촉진과 대량 자본 유입의 길을 터놓게 된 것이다.

또 70년대에 특징적인 점 중 하나는 Investment Advisors나 Gatekeepers가 등장한 것으로 이들은 효율적인 시장형성에 기여하게 된 투자가(Investor) 측면의 중개인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72년에 펀드오브펀드(Funds of Fund)가 처음 시작됐고 이는 90년대 들어 급격히 성장해 전문화되는 등 꽃을 피운다.

인베스터의 네트워크를 통해 GP(General Partner)의 자금조달을 도와주는 Placement Agents도 등장한다. 이는 기존 Private Equity회사의 자금조달 업무를 하던 Placement Agent가 업무영역을 확대한 결과다.

이렇듯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여러 제도들을 개선하고 창조한 70년대를 지나고 80년대부터 벤처캐피털은 산업의 성숙기를 맞이하게 된다.

80년대는 벤처캐피털을 둘러싸고 법안들이 우호적으로 제정되거나 개정됐다. 중소기업투자촉진법(Small Business Investm ent Incentive Act)은 벤처캐피털을 투자전문가에서 투자개발기업으로 정의함으로써 SEC 등록의무를 폐지하고 보고 의무도 경감시켰다. 또 ERISA의 재개정을 통해 연금이 출자한 펀드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연금 수탁자의 의무를 지지 않게 됨으로써 연금을 투자자로 유치하는 데 부담을 덜어줬다.

한편 SBIC는 높은 금리로 인해 레버러지(Leverage)를 이용한 장기 재원 조달에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이는 총 대출한도 3500만달러로 소규모 민간자본만 형성하도록 하는 등 프로그램의 규제사항들로 인해 영세한 기업들에만 투자될 수 밖에 없어 SBIC업계는 쇠락기를 맞이했다.

그러다 90년대 중기자본법에 변경된 SBIC 프로그램을 반영토록 하고 융자한도를 9천만달러로 상향조정함으로써 SBIC 프로그램의 수익성이 개선됐으며 사회경제적 소외계층이 운영하는 영세기업에 투자하는 특수 SBIC등이 생기는 등 공공성과 수익성이 조화를 이루게 된다.

이런 가운데 벤처캐피털이 어려웠던 70년대에 투자했던 Gen etech, Apple computer 등 PC관련 회사들이 80년대에 성공적인 기업공개를 하면서 주식시장은 호황을 맞이했다. 이에 따라 보험회사 등 대형 금융기관투자가들은 벤처캐피털의 시장성을 확신하게 되면서 참여가 잇따른다.

주식시장의 활황과 더불어 자금출자자들이 다양해지고 참여하는 벤처캐피털들도 많아지면서 벤처캐피털 사이에 경쟁도 심해졌다. 이에 따라 자금 모집 과정도 단순히 일부 부호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것에서 벗어나 투자운용계획을 세워 각 기관투자가들에게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펀드 참여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벤처캐피털들은 서로간에 펀딩레이징과 투자 심사, 수익률에서 경쟁을 벌이면서 전문화된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여기서 성공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더욱 많은 투자금을 끌어들이면서 펀드 규모를 키우고 실패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퇴출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이와 함께 벤처캐피털과 벤처기업간에 투자지분, 의결권, 경영지원 등 거래 내용이 규격화됐다.

벤처캐피털의 공급 증가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벤처캐피털은 자신들만의 특정 분야를 공략해 초기 기업에만 투자하거나 바이오 산업에만 투자하는 등의 전문화 경향을 보였다. 다른 벤처캐피털 펀드와 차별을 보임으로써 특화된 경쟁력을 가지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또 미국내 벤처기업 투자에서 벗어나 해외에 있는 유망한 벤처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도 등장, 국제화된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87년 블랙먼데이를 기점으로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90년대 초반까지 특별한 활동을 보이지 않던 벤처캐피털은 인터넷과 IT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인해 다시 활황국면을 맞게 됐다.

90년대 벤처캐피털 산업의 가장 특징적인 면은 벤처캐피털펀드의 대형화이다. 기존에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록한 벤처캐피털펀드에는 연금, 기금, 보험회사 등 금융자산기관들이 투자를 집중하고 벤처기업 역시 펀드규모가 큰 벤처캐피털회사에 문을 두드리는 상호작용이 발생되면서 펀드의 대형화는 지속됐다.

‘Venture One’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0년까지 17개 벤처캐피털사가 10억불 이상의 펀드를 모집했고 New Enterprise Associ ate라는 벤처캐피털사는 2000년 9월에 20억불 규모의 펀드를 모집하기도 했다.

이런 점은 벤처캐피털들이 안정성이 보장된 수익을 추구하는데 일조, 초기기업보다는 Pre-IPO단계의 기업에 주로 투자하도록 만들었다. 이 때문에 벤처캐피털의 고유한 기능을 저버리는 행위라는 비난도 거셌다. 2000년 후반 나스닥의 폭락과 더불어 벤처캐피털은 무분별한 투자와 벤처캐피털의 고유 기능에 상반된 자본 운용으로 주식시장에 거품을 조성했다는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50여년에 걸쳐 미국 벤처캐피털 산업은 주식시장 호황, 시장 참여자 공급 증가, 무분별한 투자와 과열 경쟁, 미흡한 투자 성과, 실패한 벤처캐피털 펀드의 퇴출 등 경기 변동을 겪었다. 그런 가운데에도 투자와 펀드 운용에서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과열기에도 냉정히 투자하며 수익률에 일희일비하지 않은 벤처캐피털들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점과 정부의 조세정책이 탄력적으로 이뤄졌던 점은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임지숙 기자 j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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